김려
나무 밑동에서 만나고
돌아온다
바람의 방향을 잘못 읽어
의족 하나와 빚만 남겨 놓고
떠난
고철 더미 위에
비는 추적추적 쌓이고
그가 남긴 쇠붙이는
바위였다가 사촌의 다리였다가
온천천 왜가리가 삼키려다 뱉은 잉어였던
우리는 이제
아프지도 외롭지도 늙지도 않을 빗물
나무를 키우고 있을 사촌
구름이었다가
물봉선이었다가
방문 닫고
오래 누운 사람이었다가
나무였다가
-시집 ‘장미와 나르시스와 전지가위’(걷는사람) 수록
김려
△부산 출생. 2016년 ‘사이펀’ 신인상을 받고 작품 활동. 시집 ‘어떤 것은 밑이 희고 어떤 것은 밑이 붉었다’ 발표.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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