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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박근종 칼럼] 중동 석유 시설 확전에 환율 1,500원 돌파, 금융·외환 시장 안정에 총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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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레드라인(Red Line │ 한계선)'으로 여겨온 에너지 생산 인프라(Infra)까지 서로 공습하는 전면전으로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3월 18일 이란 최대 규모의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가스전(田)과 그와 직결된 아살루예(Asaluyeh)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서 카타르의 라스라판(Ras Laffan) 가스시설,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Jubail) 석유화학단지 등을 공격했다. 전쟁 양상이 군사시설에서 에너지시설로 확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Inflation) 우려에 세계 경제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 사태 장기화(長期化)에 대비한 특단(特段)의 대책이 시급(時急)하다.

    이러한 충격 여파에 3월 20일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두바이(Dubai)유 현물 가격은 지난 3월 19일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 3월 19일 브렌트(Brent)유 선물 종가는 5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108.65달러로 전장보다 1.2%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3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규모와 기간을 알 수 없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라면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에 달러인덱스(DXY)가 다시 100선을 웃돌며 '달러 강세'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고유가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8,000억 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코스피(KOSPI)는 2.73% 떨어진 5,763.22로 마감했다.

    특히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로 다음 달 말이면 중동 지역으로부터 신규 원유 입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국내 비축 원유 재고가 208일분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하루 실제 소비량이 280만 배럴에 달해 현재 비축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8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은 원유 공급망 확보와 석유 최고 가격제 등 '가격 누르기'에 집중이 돼 왔다. 하지만 최고 가격제 정책은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부추기는 역설(逆說)을 낳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비축유(備蓄油)의 방출(放出)과 함께 35년 만의 '차량 5부제' 검토를 거론하고 나서고 있지만 성과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 기업, 가계의 총력 대응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전기료, 가스료, 휘발윳값을 선심성 '정치 요금'으로 만든 탓에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이면서도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 됐을 뿐만 아니라 1인당 전력 소비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국 중 5위에 이를 정도로 전기 낭비도 극심하다. 역대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에 원가 상승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치 포퓰리즘(Populism) 요금'으로 묶어둔 탓에 가격의 에너지 수요 조절 기능이 마비된 결과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결국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다. 연이은 악재에 한국에선 지난 3월 19일 원·달러 환율이 17.9원 올라 1,501.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개장 직후 1,505원까지 치솟은 뒤 1,490원대 후반으로 내려섰지만, 장 막판 다시 1,500원을 돌파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날 오전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급등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가 급등, 달러 강세, 외국인 주식 매도가 겹친 영향이 컸다. 다행히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달러 유동성 위기는 아닌 만큼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다. 하지만 금융·외환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물가 등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실물경제 위기감도 커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지만 재고가 곧 바닥날 처지다. 이미 항공·정유 산업이 고유가에 타격을 입었고, 전자·철강 산업도 물류비 상승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UAE로부터 원유 1,800만 배럴을 긴급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한 달간 숨만 돌린 수준이다. 한국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국 제조업 생산비가 최대 11.8%까지 상승해 산업 전반이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금융·외환 시장뿐만 아니라 경제 주체들의 심리와 물가 등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전쟁 같은 돌발 악재가 발생하면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 문제는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다른 통화에 견줘 유독 크다는 점이다. 중동산 원유·가스에 의존도가 높고, 외환 시장의 깊이가 얕은 구조적 한계 탓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민·관이 협력해 대체 수입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가능성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최근에는 역외 외환 시장에서 시작된 환율 급등이 주간 거래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외환 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심도가 얕은데, 역외시장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정부는 역외시장까지 포함한 외환 시장의 양적·질적 발전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단기적 수급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한 '환율안정 3법'이 지난 3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기 위해 국회는 조속히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한 '환 헤지(Foreign Exchange Hedge │ FX Hedge │ 현재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것)' 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고유가 문제를 넘어 에너지 수급 자체가 막히게 된다. 정부는 차량 5부·10부제, 산유국이나 외국 석유사가 국내에 비축한 원유에 대한 우선 구매권 행사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지만 더 과감하고 실효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독려하고 차량 5부제 시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의 에너지 의존적 산업시스템과 소비 성향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란 측에서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처럼 지금의 공급망 위기는 일시적 충격에 그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미국 제재가 풀린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Naphtha) 수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3월 12일(현지 시각)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판매 승인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11일까지 선박에 적재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등에 대한 모든 거래를 오는 4월 11일 오전 12시 01분까지 허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준을 넘어 공동체의 생존을 도모해야 할 비상시국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비상 경제 계획을 세우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정부·정치권·기업·가계 모두 위기 극복에 긴밀히 협력해야만 한다. 특히 에너지 안보를 국가 생존전략으로 간주해 수입처 다변화는 물론 해외 자원 개발, 에너지 절감 조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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