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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조경란 "내가 믿지 못하는 이야기는 가짜" [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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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단 30년…9번째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 출간

    "불안 속에서도 살아보려 분투하는 이야기"

    "허락 없이 타인의 불안을 건드리는 건 폭력"

    가족·관계 탐구…돌봄·부양 이야기 쓰고 싶어

    "언제나 더 잘 쓰고 싶고, 더 나은 작가 되려해"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조경란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최근 소설 '반대편 사람주의'를 출간했다. 2026.03.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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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글을 쓰고 싶어 뒤늦게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시로 시작했지만 소설로 방향을 틀었고, 1년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를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조경란(57)은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불란서 안경원'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경란은 "30주년이라는 생각은 따로 하지 않았다"며 "그저 하루하루, 그날 분량의 책을 읽고 생각하고 메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년을 한 업으로 이어온 원동력은 단순했다. "좋아해서요." 좋아하는 일이기에 권태가 찾아와도 쉽게 놓지 않았고, 결국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50주년이 될 때까지 계속 쓸 겁니다. 단순해 보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보람이 없는 일들을 반복할 거예요. 지금이 제일 재밌어요."(웃음)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조경란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최근 소설 '반대편 사람주의'를 출간했다. 2026.03.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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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란의 일상은 글쓰기와 분리되지 않는다. 집필을 하지 않을 때에도 그는 읽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질문은 늘 하나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곧 그에게 '기준'이 된다.

    그는 "새로 내는 소설집은 이전보다 적어도 한 발짝은 나아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책을 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근 출간한 소설집 ‘반대편 사람 주의’(문학동네)에도 이러한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가 들고 온 책에는 수정하고 싶은 문장마다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이미 교정을 마친 뒤에도 문장을 다시 고쳐보는 습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형용사가 반복되거나 문장이 길어지면 스스로도 불편하다"는 그는 출간 이후에도 더 나은 표현이 없는지 계속 들여다보게 된다고 했다.

    "소설 속 문장이 어느 페이지에 있는지 다 알아요." (웃음)

    이번 소설집은 그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서로 다른 불안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들은 개별 서사를 갖지만, 결국 '불안'이라는 주제로 수렴된다.

    조경란은 "이야기를 구상하는 내가 믿을 수 없다면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로부터 먼 이야기는 쓰지 못하겠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이야기는 가짜처럼 느껴졌어요.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라 해도요."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조경란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최근 소설 '반대편 사람주의'를 출간했다. 2026.03.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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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7개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은 연작소설처럼 읽힌다. 영서, 종소, 양지 등 인물들은 대학을 전전하며 강의하는 강사로, 어느 한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일부는 노년의 어머니를 부양하며 또 다른 불안을 짊어진다.

    조경란은 "제 또래 인물들이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분투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처음부터 연작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2022년 발표한 '검은 개 흰말'을 쓰면서 이 주제에 더 천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4년에 걸쳐 이야기가 확장됐다.

    "모든 사람은 비합리적이고, 불가해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보려는 몸부림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편 '절차'에는 자신의 모습도 일부 투영됐다. 최근 대학 강의를 마친 경험이 인물 종소의 선택에 반영됐다.

    "그 작품을 쓰고 나서 저 자신에게도 하나의 '절차'를 마친 느낌이 들었어요."

    뉴시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조경란 작가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조 작가는 최근 소설 '반대편 사람주의'를 출간했다. 2026.03.22.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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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집 제목 '반대편 사람 주의'는 단편 ‘그들’에서 가져왔다. 단편 제목이 아닌 문장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은 처음이지만, 편집자의 감각을 믿었다고 했다.

    "'반대편에도 사람이 있다'라는 안내문처럼 상대를 대할 때 주의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허락 없이 타인의 불안을 건드리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각자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타인을 대할 때는 그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상상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우리 사이에는 소설처럼 '일러두기'가 없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경란은 등단 이후 줄곧 '가족'과 '관계'를 탐구해 왔다. 앞으로도 그 흐름은 이어갈 생각이다. 특히 돌봄과 부양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쓰고 싶다고 했다.

    “목표는 따로 없습니다. 계속 생각하고, 계속 쓸 겁니다. 다만 지금보다 더 나은 작가가 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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