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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2 (일)

    [박근종 칼럼]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 촘촘히 선제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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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핵 보유 저지'를 명분으로 내걸고 '에픽 퓨리(Epic Fury │ 거대한 분노)'란 작전명으로 전격적인 공습과 타격을 가하면서 발발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이 '레드라인(Red Line │ 한계선)'으로 여겨온 에너지 생산 인프라(Infra) 까지 서로 공습하는 전면전으로 비화(飛化)하면서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닫고 있다. 전쟁 3주 차에 접어든 지난 3월 18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규모의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 가스전(田)과 아살루예(Asaluyeh)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하자 이란도 즉각 반격에 나서 카타르의 라스라판(Ras Laffan) 가스시설과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Jubail) 석유화학단지 등에 미사일을 쏘며 맞대응하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량의 70%를, 라스라판은 세계 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한다. 전쟁을 치르더라도 민생에 직결된 에너지 시설 파괴는 삼가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젠 퇴로 없는 사생결단식 양상으로 치닫고 군사시설에서 에너지시설로 확전(擴戰)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게다가 전쟁 발발 후 4주째에 접어들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高空行進)을 한층 높여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하루 만에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둘러싼 압박 수위를 한 결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지만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현시점에서 48시간 이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 없이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란의 주요 발전시설을 초토화(obliterate)할 것"이라며 "가장 큰 발전소부터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과는 정반대의 메시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인 3월 20일 "군사적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라며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블룸버그(Bloomberg)통신은 이를 두고 전쟁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더욱 심각한 보복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란군 대변인은 지난 3월 22일 반관영 타스님(Tasnim)통신을 통해 "이란은 이제 '눈에는 눈' 원칙에서 나아가 군사 정책을 변경했으며, 적대국의 어떠한 공격에도 더 심각한 결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군은 "만약 적대국이 하나의 기반 시설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여러 개의 시설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 덧붙였다고 러시아 타스(TASS)통신이 전했다.

    이러한 확전 양상은 곧장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강타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는 배럴 당 110달러 이상이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136달러를 넘어섰다. 환율은 지난 3월 20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원이 넘었다. 시장 금리도 상승세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일 연 3.410%로 전 거래일보다 8.1bp(1bp=0.01%포인트) 올랐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상승하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며 이자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동반 위축이 나타나면 무리하게 대출받은 '영끌·빚투' 족이나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전쟁의 출구 찾기가 시급하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통상 중동전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나 카타르 등 주변국들의 중재 노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들 국가가 이란 공격을 받았다. 키를 쥔 미국은 이스라엘에 끌려가는 형국이고 이틀새 고위 지도자 3명이 피살된 이란은 이판사판식 '무제한 확전' 전략에 치중해 있다. 당사자들이 대화는커녕 상호 적개심이 커져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4주" 장담은 무색해진 채 전쟁은 사실상 장기화 모드(Mode)로 접어든 형국이다.

    전쟁 장기화는 중동에서 주로 원유를 들여오는 한국경제에 대형악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길어지면 국내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11.8%나 오른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렸다.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과 함께 고용 취약, 통상 불확실성을 명시하며 경기 위축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월 20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중동 상황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유가와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및 경기 하방 위험 증대가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식 경기판단 자료인 그린북에서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내수 개선과 수출 호조 등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낙관적이던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는 중동 사태로 우리 경제가 유가·금리·환율이 동시에 압박받는 복합 리스크(Risk)에 처해 있다는 위험 신호인 게 분명하다.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흔들리고, 환율 변동성은 기업과 가계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는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키며 경기 하방 위험을 빠르게 현실화하는 경로로 작용한다. 내수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고용 역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 지표는 혼조세를 보이고, 건설투자 회복도 더디다. 반도체가 수출을 떠받치고 있을 뿐 성장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복합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불안이 장기화하면 전기·가스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든다. 물가와 성장률이 동시에 압박받는 '저성장·고물가'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정부가 내건 연간 2% 성장 목표 달성도 낙관하기 힘들다. 그린북의 문구 변화는 이런 연쇄 영향을 염두에 둔 경고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촘촘히 선제 준비를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지난 3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올 1월에 이어 또다시 동결했다.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규모와 기간을 알 수 없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했다."라면서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에 달러인덱스(DXY)가 다시 100선을 웃돌며 '달러 강세'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고유가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8,000억 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코스피(KOSPI)는 2.73% 떨어진 5,763.22로 마감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인플레이션 진전 없이 금리 인하는 어렵다."라고 밝혀 인상론까지 제기됐다. 중동 전쟁의 파급력을 두고 그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토로한 것은 지금의 위기 수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웅변한다.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졌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파고 속에서 금리 인하는커녕 자칫 인상 카드를 만져야 할지 모른다. 경기를 살리자니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를 잡자니 경기 위축이 우려되는 딜레마에 더 깊게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전쟁 추가경정예산 등 긴급 조치들을 서둘러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일시적 변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물가와 환율 변동성 통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등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촘촘히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이 어떤 불확실성(Uncertainty)에도 의연하고 당당히 이겨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총력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선제적·공격적 대응 전략뿐이다. 재정·통화 정책 여력을 점검하고, 에너지·공급망 리스크를 치밀하고 철저히 관리해야만 한다. 취약한 내수와 고용을 보완하지 못하면 회복은 더디고 쉽게 꺾인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히 편성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실제 대응에 나서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우리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하고 명심해 위기를 극복해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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