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되뇌고 일컫고 싶지 않지만,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고착(固着)하는 후진국형 인재 빈발(頻發)에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慨歎)스러울 뿐만 아니라 잊을만하면 터지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대형 참사의 악순환 고리가 끊이질 않고 있어 '참사 공화국'이란 오명에 고개를 떨굴 뿐이다. 지난 3월 20일 오후 1시 17분께 약 170명이 근무하던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사망하고, 중상 25명·경상 35명 등 60명이 부상해 무려 74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한밤중도 아닌 백주(白晝)인 대낮에 일어난 화재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가 났는지 당혹스럽고 황당할 따름이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평소에도 기름기를 머금은 유증기로 인해 화재경보기 오작동이 잦았을 뿐만 아니라 실내에 누적된 유증기 배출을 위한 환풍기를 설치해달라는 요구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2024년 6월 24일 오전 10시 31분경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 23명, 부상 8명(중상 2명, 경상 6명) 등 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이은 1989년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럭키화학' 폭발 사고 당시 사망 16명, 부상 17명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최악의 화학공장 사고로 기록될 전망이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2년도 채 안 되었는데,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이자 지난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은 중견기업에서 또다시 대형 참사가 일어난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데다, 건물 내부에 헬스장 등 불법으로 증축된 시설이 있어 직원들이 대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 현장의 취약한 안전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 참사이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연성 건축 자재의 위험성이 다시 지목되고 있다. 이번에도 산업현장에 만연한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대형 참사를 낳은 것이어서 더욱 분개(憤慨)하고 분탄(憤歎)스럽다.
소방은 당일 오후 1시7분쯤 1층에서 발화된 불이 가공 공정에 사용되는 절삭유 등에 옮겨붙으며 순식간에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공장 내부에 있던 직원 170명 중 90여 명은 서둘러 대피했지만, 나머지 직원들은 피하지 못해 숨지거나 골절·연기흡입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10명은 2층 휴게실과 헬스장·탈의실에서 발견됐다. 직원들이 휴게 시간에 낮잠 등을 청하는 공간으로, 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쉬고 있던 노동자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여유 공간을 활용해 불법 증축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 참사는 2024년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와 놀라울 만큼 닮았다. 당시에도 배터리 폭발 이후 1분도 채 되지 않아 가연성 내장재로 불이 번졌다.
이번의 대전 '안전공업' 역시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 구조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자재로 한번 불이 붙으면 철판 구조로 인해 진화가 어려워 내부를 따라 급속히 확산한다. 이렇게 취약한 건조물 안에서 불이 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유독가스를 대량 발생시켜 화재 시에는 '숨겨진 시한폭탄'으로 돌변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시공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이점으로 1970년대 이후 전국 공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화재 취약성이 부각(浮刻)되자 2021년이 돼서야 불에 10분 이상 견딜 수 있는 '준불연 자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시공된 건물은 여전히 가연성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언제 화재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직원들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도 형식적이었다고 한다. 주기적으로 안전관리 교육을 받았다는 문서에 서명은 했지만, 실제 교육을 받은 적은 없고, 안전 장비는 목장갑과 일회용 마스크뿐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휴게실엔 소화기도 없었다고 한다. 이 공장에는 나트륨을 비롯해 위험물질이 많다. 나트륨은 금수성 물질이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물로 진압할 수 없기 때문에 소화기 비치는 필수다. 불이 나면 대체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허술했는지 의문이 앞선다.
건물 곳곳의 절삭유 기름때와 유증기가 화재를 급속히 키웠으리라는 소방의 추정에 신뢰를 더할 정도로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폐질환과 폭발·화재 등 사고가 빈번하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생산 활동은 너무 불안하다."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현장에 날리는 오일 미스트의 불안감에 퇴사함"이라고 적었는가 하면, "절삭유가 증기 형태로 작업장 전체에 퍼져 있었다. 퇴근하고 나면 안경 렌즈에 기름막이 낄 정도였고, 작업 중에는 호흡기로 계속 흡입되는 정도의 환경이었다."라며 "여러 번 개선 건의를 했지만,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실제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라고 한 것은 이를 충분히 방증(傍證)한다. 절삭유 외에도 천장 등에 찌든 기름때가 많아 배관 등을 타고 불이 순식간에 확산이 됐다. 게다가 인명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헬스장과 휴게실은 불법으로 조성된 복층 구조물로 드러났다. 창문은 하나뿐이고 대피로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서 점심시간에 짬을 내 이곳을 이용하던 직원들 상당수가 탈출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발본색원(拔本塞源) 참사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자를 일벌백계(一罰百戒) 엄중하게 처벌하고 실효적인 재발방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만 한다. 언제까지 노동자들이 이런 후진국형 대형 참사로 목숨을 잃어야 하는지 대오각성(大悟覺醒)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해야만 한다. 냉철한 성찰과 전면적인 산업안전 재설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산업구조를 반영한 면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나트륨이나 리튬전지 등 물로 끄기 힘든 금속 화재에 대비한 방재 설비도 현장에서 제대로 갖춰졌는지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화재 현장을 방문한 뒤 엑스에 올린 글에서 "원인 규명 등 조사 과정에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하고,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정부가 비용을 선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해 실질적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하고, 이후 관계기관과의 정산 및 구상 절차까지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당국은 참사 피해자·유가족 지원과 소통에도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만 한다.
산업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를 세심히 점검해 대비하는 풍토가 조기 정착되지 않는다면 또 언제 어떤 예기치 못한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나 망우보뢰(亡牛補牢)의 치둔(癡鈍)의 우(愚)는 결코 있어선 안 된다. 소중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만 한다. 이제라도 사회구성원 모두가 지혜를 모아 '안전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실천에 나서야만 한다. 일찍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는 "우리가 어느 날 마주친 재난은 우리가 소홀히 보낸 지난 시간의 보복이다."라고 말했고, '요한 크리스토프 프리드리히 폰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는 "가장 큰 죄는 무관심이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구조적 미비점을 알면서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며 방기(放棄)하는 행태야말로 사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엄중한 책임을 방임(放任)하는 해악(害惡)이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란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선각(先覺)을 떠 올리고,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慧眼)과 안목(眼目)으로 우리 사회에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重大災害)'만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크고 작은 산업단지 화재를 막으려면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여야만 한다. 안전은 일시적 비용이 아닌 장기 투자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고 이를 실행으로 옮겼을 때 안전한 대한민국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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