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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4 (화)

    [박소란의시읽는마음]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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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박

    좋아 보이시네요

    처음 듣는 말 오늘 처음 듣는 말 일주일 동안 처음 듣는 말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말

    (중략)

    방금 전 내게 말을 건넨 종교 같다 어떤 종교

    혹은 식물 이를테면

    관엽식물은 이국적인 햇볕

    수중식물은 눈물 많은 사람

    덩굴식물은 참 사근사근하고

    다육식물은 적절히 독립적이고

    지피식물은 필요할 때 내미는 손

    식물을 키우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들은 적 있다

    좋아 보이고 싶었구나 잘 살고 싶었구나 그랬구나 사실은 그랬구나

    방금 전 알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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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보이시네요”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아주 가끔, 그럴 때면 그 말을 속으로 여러 번 곱씹게 된다. 미심쩍고 조금은 조심스러운 기분으로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 말은 왠지 나와는 동떨어진 어떤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 물론 그 아득한 한 마디에 기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길거리에서 불쑥 다가온 누군가 느닷없이 건네는 말이라 해도, 한 번쯤은 믿어 보고 싶은 것.

    여기서 시 속 사람은 식물을 떠올린다.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을. 집 안 곳곳에 식물을 두고 그것을 정성으로 가꾸는 심정을 헤아린다. 그 또한 좋아 보이고 싶어서, 혹은 정말 좋고 싶어서, 좋은 사람으로 잘 살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새삼 애틋하다.

    좋아 보인다는 걸 뭘까. ‘좋다’와 ‘좋아 보인다’는 분명 다른 것이겠지만, ‘좋아 보인다’가 곧 ‘좋다’는 아니겠지만, 애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잘 살고 있다고, 누구라도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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