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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이슈 미술의 세계

    "AI는 인간 경험 확장하는 도구일 뿐…'창작 주권'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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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덕 건국대 교수 '창작 본능' 펴내

    아이디어 차용해도 표현 다르면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려워

    AI 창작물 관련 논쟁 빈번할 것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창작의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이용하고 표현은 보호한다’는 저작권의 기본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죠.”

    정연덕(53)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하더라도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결과물을 선택·편집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다. AI시대에도 창작주권은 사람에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홀로 산 속에 박혀 그림만 그리는 시대는 끝났다”며 “창작 작업에서도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주도권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수적”이라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법과 예술을 넘나드는 융합형 연구자이자 창작자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법과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지식재산권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뉴욕대(NYU) 로스쿨에서 연수를 마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며 창작과 권리의 충돌 문제를 연구해왔다. 법학자이면서도 미술 개인전 9회를 여는 등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펴낸 ‘창작 본능’(어웨이크)은 기술 시대 창작의 가치와 생존 전략을 법과 현장의 시선에서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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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어웨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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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창작의 범위 넓게봐야”

    정 교수는 창작을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 그는 창조를 ‘처음’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것’으로 보고, 기존 의미를 새롭게 엮어내는 재구성의 과정으로 정의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해 재료와 기법, 화풍 등을 분석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갈 수 있다”며 “AI는 스스로 창작하는 주체라기보다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AI 시대일수록 창작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 정 교수는 ‘작은 동전론’을 예로 들며 창작을 보다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동전론’은 최소한의 창작성만 갖추면 저작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이론으로, 우리나라 대법원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작은 동전’들의 가치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를 가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둘러싼 표절 논란은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연극배우 엄 모씨의 유족 측은 영화가 여러 부분에서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차용하더라도 표현이 달라지면 저작권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어디까지가 아이디어이고 어디부터 표현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법은 기술을 앞서가기보다 사회 변화에 맞춰 형성된다”며 “이 같은 논쟁은 AI 창작물에서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창작자의 권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방송·영화 산업이 재방송료와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다면, 넷플릭스 등은 제작비를 선지급하는 대신 저작권과 유통 권리를 확보하는 ‘바이아웃(buy-out)’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고도 원작자가 받은 보상은 약 4000만원에 그쳤다.

    그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창작자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핵심 장치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꼽았다. 정 교수는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권리를 계약서에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얻는 수익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플랫폼 중심 환경일수록 창작자가 스스로 권리를 설계하고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창작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도구일 뿐, 작품을 선택하고 편집해 완성하는 주체는 인간이어야 한다”며 “창작은 ‘내 이름’으로 책임지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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