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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외국인 순매도는 '이란 전쟁' 때문일까?…"자금 이탈은 '고정값'"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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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성 기자]
    이코노믹리뷰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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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전쟁 긴장 완화 기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규모 순매수로 지수를 떠받치고 있지만 외국인은 연초 이후 꾸준한 매도세를 이어가며 시장 수급 균열을 키우고 있다.

    단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 흐름이 추세적으로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 변동성 확대 속 개인 '버팀목'…외국인은 22조 순매도

    2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48.18포인트(2.74%) 오른 5553.9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643까지 치솟으며 강한 반등 흐름을 보였지만 분쟁 해법이 불투명해지며 한때 하락 전환하는 등 장중 변동성은 극심했다.

    미국이 이란과 종전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지수를 끌어올렸지만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중동 정세에 따른 글로벌 증시 변동성은 국내 시장에도 그대로 전이됐다.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의 종가 기준 일평균 등락률 변동폭은 약 10%로 2월 평균 5.5%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24개월 평균 변동폭이 4%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평시보다 두 배 넘게 확대된 셈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변동성은 2024년 8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VKOSPI는 23일 55.64에서 하루 만에 62.8로 급등했고 장중 66.56까지 치솟았다.

    2월 26일 이후 18거래일 연속 50선을 웃돌며 코로나19 충격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만의 흐름을 나타냈다.

    이달 4일에는 80.37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는 매수 또는 매도 사이드카가 벌써 10차례 발동됐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도 개인투자자는 공격적인 순매수로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반면 외국인 자금은 꾸준히 이탈하는 모습이다.

    지난 1월과 2월 코스피에서 총 21조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덮친 이달에만 22조원을 추가로 팔아치웠다. 이달 16거래일 가운데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한 날은 단 3거래일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개인은 26조2505억원을 순매수하며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이처럼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연일 팔아치우는 배경으로는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라는 점이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점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3.85% 상승했다. 지난 23일에는 장중 1510원을 넘기며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 10조 팔았다…외국인 '국장 이탈' 구조화 우려

    외국인 매매 흐름을 보면 매수 종목과 매도 종목의 대비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생명(2090억원)이다. 이어 셀트리온(1990억원), 에이피알(1880억원), HD현대중공업(1550억원), 두산에너빌리티(1530억원 순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10조5390억원 순매도되며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도 3조9920억원 순매도로 뒤를 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집중된 것이다.

    외국인 지분율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24일 기준 코스피 외국인 지분율은 18.82%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직후 수준으로 후퇴했다.

    지난해 4월 18.5%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지분율은 정부 증시 부양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속에 지난 2월 19.39%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다시 18%대로 밀려났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의 '국장 탈출' 흐름이 이란 전쟁 이전부터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단순한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일시적 자금 이탈이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가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술주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올해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지고 있고 사모대출 시장의 신용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한국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의 '바이 코리아' 재개를 위해서는 유가와 환율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추세 추종 형의 성격이 강한 외국인 자금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유가 또는 환율이 방향을 바꾼 후에 추세가 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금리도 하반기부터는 상방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여지가 있다"며 "이란 전쟁이 종료되면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중장기 흐름은 다시 하향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기대감 속에서 연초 이후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주가 상승 폭이 확대됐고, 이에 따른 외국인의 기존 보유 물량 정리가 전체 순매도 흐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외국인 수급은 기존 주도주의 차익실현과 동시에 새로운 업종으로 포지션 재배치가 병행되는 국면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단기적으로 외국인 순매도 흐름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외국인 자금이 어떤 업종으로 재배치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보유 규모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유 잔액은 455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 규모로 중국·홍콩 합산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자금 유입보다는 코스피 상승에 따른 평가액 증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1월보다 코스피 지수 및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시가총액은 크게 줄지 않았거나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시선은 외국인 수급 방향에 집중돼 있다.

    개인이 지수를 떠받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증시 상승 동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정학 리스크와 환율, 유가가 얽힌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외국인 자금 흐름이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외국인 자금의 구조적 이탈일지, 변동성 장세 속 일시적 매도행렬일지 시각이 분분한 가운데, 증권가는 전자에 무게를 좀 더 두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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