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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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으로 현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8)씨가 25일 오전 국내에 송환됐다.
박씨는 교도소 내에서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국내에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데, 수사당국은 이번에 확보한 박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범죄 전모를 철저히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박왕열,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했느냐’는 질문에 답 안 해
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 필리핀으로부터 민도로섬 사블라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박씨를 임시인도받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필리핀 클라크국제공항에서 한국행 여객기 아시아나 OZ708편에 탑승해 이날 오전 2시 35분(한국 시각) 출발했고,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오전 6시38분쯤 도착했다. 여객기 내에서 호송관 2명은 수갑을 채운 뒤 박씨 양옆에 앉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박씨는 남색 야구 모자를 쓴 차림이었고, 면도를 하지 않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했다. 손에 채워진 수갑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경찰과 법무부 호송관 등 수십명이 박씨 주변을 에워쌌다. 박씨는 호송차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경기북부경찰청으로 향했다.
입국장에서 박씨는 수사기관으로 이송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국내에 마약을 판매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을 한 것이 맞나’ ‘마약 판매 수익금은 코인(가상자산)으로 세탁했나’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하실 말씀 없나’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된 가운데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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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교도소서 애인 불러 논다더라” 직접 언급
박씨는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벌인 뒤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3명과 카지노 도박장(정킷방) 사업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쏴 살해했다. 이후 이들로부터 받은 도박장 투자금 7억2000만원을 빼돌렸다.
이후 박씨는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차례 탈옥했고, 2022년 4월 징역 60년형이 확정됐다. 박씨는 그 사이 동남아 마약을 국내에 공급하는 사업을 벌였고, 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텔레그램 메신저를 이용해 마약 국내 공급을 이어갔다. 이때 텔레그램에서 ‘마약왕 전세계’ 등의 이름을 사용했다.
박씨가 교도소에서 호화롭게 생활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에서 교민들을 만났을 때 “교도소로 애인을 불러 논다고 하더라”며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 인천국제공항에서 호송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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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금까지 다수의 공범 확인해 수사 중”
검찰과 경찰은 박씨가 국내외 공범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입, 유통, 판매한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할 방침이다. 또 범죄 수익도 철저히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브리핑에서 “(박씨는) 즉시 수사기관에 인계돼 철저한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번 송환 작전으로 확보된 박씨의 휴대전화 등 소지품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했다.
박씨가 현지 법원에서 받은 징역 60년은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이다. 법무부는 임시인도 방식으로 박씨를 송환한 데 대해 “교도소 수감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마약 범죄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 과장은 박씨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상태에서 범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 대해 “일부 시설은 수감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외부와 불법적인 접촉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리감독 시스템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마약 관련 혐의 수사는 경기북부경찰청에서 맡는다. 그동안 경찰서 세 곳에서 박씨의 마약 관련 사건을 수사했으나, 경기북부경찰청이 병합해 수사하게 된다. 경찰 측은 “지금까지 다수의 공범을 확인했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의 임시인도는 한국-필리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이뤄졌다. 한국과 필리핀 양국이 합의한 조건에 따라 마약 관련 수사와 재판이 끝나면 박씨는 필리핀으로 인계되어 현지에서 남은 형을 복역해야 한다. 이 과장은 “필리핀 당국과 협의해 필요하다면 임시인도 기간을 연장하는 등 추가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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