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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5 (수)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완벽한 고립은 없다"…DGIST, 10년 난제 '양자 붕괴' 비밀 풀었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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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양자 환경에서 전자 결맞음 붕괴 원인 규명…국제학술지 Advanced Science 게재

    양자기술의 핵심 난제로 꼽히던 '결맞음 붕괴(디코히런스)'의 근본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결맞음 붕괴는 여러 상태가 동시에 유지되는 양자 특성이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무너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상적인 고립 상태를 전제로 한 기존 양자 이론과 실제 환경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이재동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자연계의 '열린 양자 환경(open quantum system)'에서 양자 상태가 붕괴되는 미시적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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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 방출 프로세스: 광대역 방출과 초방사. A 광대역 방출의 모식도. B 초방사의 모식도. 연구팀 제공


    양자기술은 외부 간섭이 없는 '완벽히 고립된 상태'를 가정하지만, 실제 물질과 소자는 항상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양자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정확한 원인은 지난 10여 년간 규명되지 않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특히 고체에 강한 빛을 쏘면 나타나는 고차 조화파(high-harmonic generation) 과정에서는 1~2 펨토초 수준의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전자의 결맞음이 급격히 붕괴하는 '초고속 결어긋남'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현상이 왜 그렇게 빠르게 일어나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못했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붕괴 좌우


    연구팀은 기존 양자 마스터 방정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린드블라드 마스터 방정식(Lindblad master equation)' 기반 계산법을 새롭게 구현해 문제를 풀었다. 이를 통해 전자 간 상호작용뿐 아니라 전자와 주변 환경 간 상호작용까지 동시에 고려하는 정밀 이론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 결과, 고체에서 나타나는 '초방사(superradiance)'와 '광대역 방출(broadband emission)' 두 현상 사이에 서로를 상쇄하는 간섭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간섭 효과가 전자의 산란 시간을 단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양자 결맞음 붕괴를 수 펨토초 수준으로 빠르게 유도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양자 상태 붕괴의 본질이 단순한 내부 상호작용이 아니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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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재동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배기민 박사. D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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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는 고체 내 초고속 전자 결맞음 붕괴라는 오랜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양자 이론을 실제 기술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재동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립된 양자계를 전제로 한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현실 환경을 고려한 양자 기술 설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며 "긴 결맞음 시간을 갖는 새로운 큐빗 후보 탐색 등 차세대 양자기술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DGIST 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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