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외 결제·2차 제재 해소에도 신뢰·물량·입항 변수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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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러 제재 한시 완화로 러시아산 원유가 대안 공급원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단 결제와 제재 리스크는 일부 해소됐지만 실제 도입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상황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에 대해 달러 외 결제가 가능하고 2차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업계에 관련 내용을 신속히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산 원유가 거론되는 배경에는 '해상 물량'이 있다. 서방 제재 이후 수출이 막힌 러시아가 원유를 유조선에 실은 채 바다 위에 대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해왔고, 이 물량이 이번 제재 완화 조치로 거래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일단 그간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금융결제 문제는 일정 부분 해소됐다. 위안화·루블화·디르함화 등 다양한 통화로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형식적으로는 수입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업계 반응은 신중하다. 가장 큰 이유는 '물량의 실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러시아산 원유 규모는 약 1억3000만배럴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정부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러시아산 원유 물량은 해상에 떠 있는 트레이더 물량 중심이어서 실제 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 문제도 걸림돌이다. 러시아산 물량은 기존 장기계약이 아닌 스폿 거래 성격이 강해 공급자의 신뢰성과 계약 이행 여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실장도 "신뢰할 수 있는 거래자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품질과 성상(性狀) 역시 변수다. 원유는 정제 설비와 맞지 않을 경우 처리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데, 러시아산 물량은 기존 도입 원유와의 적합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 제약이 크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계약부터 대금 지급, 입항까지 약 한 달 내 완료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기간 내 물량 확보와 운송이 가능할지에 대해 정유사들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러시아산 원유보다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 실장은 "나프타가 상대적으로 도입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제도적 리스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도입 여부는 민간 정유사의 판단에 맡기되 필요시 외교·금융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기업이 구체적으로 움직이면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다"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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