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얕은 해협·숨겨진 미사일·기뢰 위협까지
“군사력으로도 완전 정상화 쉽지 않아”
유조선 500척 대기…보험·신뢰 붕괴가 더 큰 변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현재 해협 양쪽에는 수백 척의 유조선이 대기 중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고, 에너지 공급난 우려가 나오는 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① “지형이 곧 무기”…좁고 얕은 해협의 함정
GEBCO(수심); Vantor(위성 이미지). [뉴욕 타임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형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선박들이 제한된 항로로 밀집해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은 속도를 줄이고 일정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게 되며, 자연스럽게 공격에 노출되는 구조가 된다. 특히 항로가 좁아 선박의 움직임이 제한되다 보니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 대형 선박일수록 방향 전환이 느려 대응이 더욱 어렵다.
케이틀린 탈마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는 “이란은 오랫동안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전략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탈마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해협을 따라 이어진 산악 지형과 복잡한 해안선은 미사일과 드론, 소형 공격정을 숨기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실제로 이란은 해안 절벽과 동굴, 지하 시설 등을 활용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은폐하고, 필요시 짧은 시간 내 공격을 감행하는 전술을 발전시켜 왔다. 좁은 해협 특성상 선박과 해안 간 거리가 수㎞ 수준에 불과해, 미사일이나 드론이 발사될 경우 대응 시간은 수 분 내로 제한된다.
또한 수심이 얕은 해역은 기뢰를 설치하기에 유리하다. 해상 기뢰는 탐지와 제거가 어렵고, 항로 전체를 위협할 수 있어 선박 운항 자체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 선박들이 특정 항로로 밀집해 이동할 수밖에 없다.[로이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② 숨겨진 화력…“작지만 제거 어려운 무기”
[뉴욕타임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이란 최고지도자와 공동 통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다양한 해법을 시사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군사적 대응이 핵심 수단으로 거론된다.
군사 작전의 1차 목표는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해양 데이터 업체 크플러(Kpler)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17척의 선박이 공격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이란의 공격 수단이 광범위하고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대함 순항미사일과 이동식 발사대, 수백㎞ 떨어진 지역에서도 발사할 수 있는 드론, 그리고 떼를 지어 접근하는 소형 고속정까지 다양한 위협이 동시에 작동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천 차례 공습을 가했음에도 이 같은 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무기들이 산악 지형과 동굴, 터널 등에 분산·은폐돼 있어 위치를 특정하기 어렵고, 이동식 장비 특성상 타격 이후에도 빠르게 재배치가 가능하다.
마크 캔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미사일 포대를 배치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많고, 이동식이라 추적과 타격이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해군 호위 역시 이러한 위협을 전제로 한 대응이다. 캔시안 고문은 “유조선 호위 함정과 기뢰 제거함, 항공 전력이 동시에 투입되는 대규모 작전이 될 것”이라며 “드론 요격과 해안 미사일 타격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함 자체도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유진 골츠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구축함은 이런 근접 교전에 최적화된 환경이 아니며, 모든 부분이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항해 선박을 호위할 군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던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군함을 투입하면 이란의 모든 미사일이 그곳으로 발사될 것”이라며 오히려 이란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③ ‘보이지 않는 위협’ 기뢰…“존재만으로 항로 마비”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려는 이란의 기뢰부설함 16척을 격침했다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엑스(X·옛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미 중부사령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위협으로 ‘해상 기뢰’를 지목한다. 미사일과 드론이 ‘요격 대상’이라면, 기뢰는 항로 자체를 차단하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소형 선박을 활용해 은밀하게 기뢰를 설치할 수 있으며, 이는 탐지 자체가 어렵고 제거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기뢰가 매설됐을 가능성만으로도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조너선 슈로든 CNA 비정규전 전문가는 “신뢰할 만한 기뢰 위협이 존재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어떤 해군도 기뢰가 의심되는 수로에 주력 함정을 투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뢰 제거 작업은 수 주가 걸릴 수 있고, 작업에 투입된 병력 역시 공격에 노출된다. 속도가 느린 제거 작전 특성상 항공 지원과 별도의 방어 체계가 필요해 군사적 부담도 크다.
결국 기뢰는 단순한 군사 위협을 넘어 해협의 ‘사용 가능성’ 자체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해운사와 보험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인 역시 기뢰 위험으로, 완전한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운항 재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④ 군사 호위도 한계…“하루 80척 감당 못 해”
[뉴욕타임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대규모 군사 작전이 투입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한 차례의 공격만으로도 해상 운송에 대한 신뢰가 다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유조선 운영사는 해협 통과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해협 서쪽 페르시아만에는 약 500척의 유조선이 대기 중이며, 상당수가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선박 운항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군사 호위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선주와 보험사들이 “충분히 안전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사 호위 자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호위 작전은 한 번에 소수의 선박만 보호할 수 있다. 전쟁 발발 이전인 2월 기준 하루 약 80척의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이 해협을 통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군사력으로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안전을 보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헬리콥터와 군함을 동원한 호위 체계가 구축되더라도, 드론과 소형 고속정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기뢰 제거가 완료된 제한된 항로를 따라 선박을 이동시키는 방식은 처리 속도 자체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케빈 로울랜즈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은 “핵심은 군사적 보호가 아니라 해운사와 보험 시장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느냐”라며 “해협 통과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운항이 재개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호위 작전은 미군 전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조선 호위에 투입되는 함정과 항공 전력은 이스라엘과의 합동 공습이나 지역 내 병력 보호 임무에 사용될 자원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다.
앞서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일대에서도 공격을 감행한 전례가 있어,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이후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는 군의 장거리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탈마지 교수는 “이란의 위협이 남아 있는 한 해협 교통량은 계속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군사적 대응뿐 아니라 외교적·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