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아직은 극과 극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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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무려 7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을 거쳐 시장에 선보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붉은사막은 지난 20일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그리고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발매 당일에만 200만 장이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가파른 판매 추이는 주말을 거치며 더욱 속도가 붙어 출시 나흘 만인 24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가뿐하게 돌파했다.
개발비는 약 1500억 원 수준으로 시장에서 추정하는 손익분기점은 250만 장 안팎이었다. 패키지 기본 가격이 7만9800원임을 감안해 단순 계산해보면 300만 장 판매로 창출된 매출 규모만 2394억 원에 달한다. 출시 나흘 만에 7년간 쏟아부은 막대한 개발비를 모두 회수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네오위즈 P의 거짓이 100만 장 판매 한 달이 걸렸고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사흘 만에 100만 장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붉은사막의 초기 판매 속도가 얼마나 폭발적인지 명확하게 체감할 수 있다.
다만 아직 모든 것을 단정할 수 없다. 초반 판매량은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지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본 이용자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평론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붉은사막이 기록한 평점은 78점이었고 오픈크리틱 평점은 79점에 머물렀다.
메타크리틱 75점 이상은 전반적 호평으로 분류되어 결코 낙제점은 아니지만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투자를 고려했을 때 시장이 내심 기대했던 80점대 후반의 점수와는 제법 거리가 있다.
사실 비평가들과 이용자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부분은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구현해낸 압도적인 수준의 그래픽과 광활한 오픈월드의 스케일이었다. 그리고 게임 맵 곳곳에는 메뚜기나 곱등이 같은 곤충들부터 다양한 동식물들이 생동감 넘치게 배치되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극강의 리얼리티를 선사했다.
곤충을 직접 잡았다가 다시 땅에 풀어주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움직이는 섬세한 디테일까지 구현되어 플레이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마법의 힘으로 앞의 나무를 당겨 그 반동을 이용해 공중을 가르며 이동하거나 주변의 나무를 직접 부수어 목재를 얻는 등 환경과의 놀라운 상호작용 요소들이 호평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이용자들은 펄어비스 특유의 독자적이고 복잡한 조작 체계와 극도로 불친절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장 큰 진입 장벽으로 지적했다.
광석을 캘 때 어떤 것이 상호작용 가능한 광석인지 화면상에 아무런 시각적 힌트가 제공되지 않아 유저가 직접 눈대중으로 파악해야 하는 등 사실성을 너무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게임 본연의 편의성을 심각하게 해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스킬 포인트를 얻기 위해 맵에서 어비스 아티팩트를 찾더라도 방패로 화살 10회 막기나 레이피어로 60초 안에 5명 제압하기 같은 까다로운 특수 조건을 강제로 완수해야만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역시 피로도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괴수들을 사냥하며 세계를 누비던 주인공 캐릭터가 갑자기 동네 군인들과 벌이는 활쏘기 대회 미니게임에서 3연승을 거두어야만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억지스러운 구간도 대표적인 리스크였다.
심지어 등장하는 비플레이어 캐릭터 군인들은 표적이 올라오자마자 백발백중으로 명중시키는 신궁 수준의 인공지능을 자랑하여 수많은 게이머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또 챕터 5에 등장하는 보스는 플레이어에게 단 한 순간의 쉴 틈도 주지 않고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으며 구르기로 회피를 시도하는 도중에도 피격 판정이 고스란히 들어가는 기형적인 판정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다. 개발진이 직접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해보고 출시한 것이 맞느냐는 원색적인 비난이 공식 커뮤니티를 가득 채울 정도였다.
가장 심각한 불만을 야기했던 부분은 최악의 편의성을 자랑하는 인벤토리와 시스템 인터페이스였다. 게임 내 가방 시스템은 무게나 아이템의 종류에 상관없이 종이 조리법 한 장이 거대한 곡괭이와 똑같이 인벤토리 한 칸을 차지하는 비상식적인 구조를 띠고 있어 아이템 관리가 고통스러웠다.
PC 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가방을 여는 기본 단축키나 전체 지도를 여는 단축키조차 배정되어 있지 않아 매번 복잡한 최근 메뉴 창을 거쳐야만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인공지능 이미지 사용 논란은 심각했다. 게임 출시 직후 해외 소셜 미디어와 대형 게임 커뮤니티인 레딧 등을 중심으로 붉은사막 게임 내 환경에 배치된 일부 시각 소품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특유의 어색한 그림체와 형태 붕괴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찾아낸 문제의 이미지들은 주로 마을 건물 벽에 붙어 있는 장식용 포스터나 선술집 내부를 꾸미는 액자 속 그림들이었다.
인물들의 손가락 개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무기 손잡이의 형태가 기괴하게 융합되어 있는 등 생성형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기들이 흔히 범하는 전형적인 오류들이 방치된 것을 잡아냈다. 수백억 원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하고 최고 수준의 자체 게임 엔진을 자랑하던 펄어비스가 기본적인 시각 자산 검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순간이다.
무엇보다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는 창작자의 고유한 예술성과 노동 가치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게임 내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자칫 붉은사막의 게임성 전체를 깎아내리고 서구권 판매량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다행히 펄어비스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당장 문제가 있는 콘텐츠는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펄어비스의 공식 해명에 따르면 초기 개발 단계에서 아이디어 스케치와 임시 시각 소품 배치를 위해 인공지능 도구를 제한적으로 사용했으나 정식 출시를 앞둔 최종 검수 과정에서 이를 인력이 직접 그린 그래픽 에셋으로 교체하지 못한 채 누락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아가 핵심적인 게임 아트워크나 3차원 캐릭터 모델링에는 일절 인공지능이 사용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발 빠른 대규모 정상화 패치도 적용해 성공적으로 판을 흔들었다.
특히 개발사의 뚝심이 과하게 반영되어 유저들의 혈압을 오르게 만드는 불합리한 요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3일 게임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대규모 편의성 개선 패치를 단행했다.
단순히 잡동사니만 보관하던 기존의 보급품 상자를 무려 240칸의 여유 공간을 자랑하는 개인 창고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면서 '도대체 이 개발사 ###는 왜 이러는 것일까' 싶었던 끔찍했던 인벤토리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버렸다.
유저들을 분노하게 했던 악명 높은 궁술 대회 미니게임의 난이도를 대폭 하향 조정했고 불합리했던 주요 보스 몬스터들의 체력과 공격력, 그리고 공격 패턴도 모두 정상적인 수준으로 완화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 싶었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PC 유저들을 고통도 일부 해결했다. 위해 가방과 미니맵을 즉시 열 수 있는 필수 단축키 시스템을 추가했으며 무겁고 답답했던 캐릭터의 기본 움직임 속도까지 경쾌하게 수정했다.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개발진의 의도된 불편함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유저들의 요구에 맞춰 게임을 빠르게 고쳐낸 펄어비스의 대처다.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정도 돌아섰다. 대규모 패치 적용 이후 스팀 플랫폼 내 붉은사막의 영어권 리뷰는 8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돌아섰고 전체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구간까지 치고 올라갔다.
초반의 악평을 딛고 게임의 진정한 재미가 널리 알려지면서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 25만 명을 돌파하는 흥행 역주행을 기록하고 있다. 어느덧 유저들 사이에서는 붉은사막에 스며든다는 뜻의 붉며든다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덕분에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수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증권가 장밋빛 전망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붉은사막의 출시 실적이 재무제표에 온전히 반영되는 2026년 1분기, 창사 이래 최고의 분기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무려 2527억 원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899억 원, 그리고 당기순이익은 461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펄어비스가 매출 908억 원과 영업손실 6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 빠져있었던 사실을 상기해보면 불과 한 분기 만에 회사의 체급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이로운 턴어라운드다. 오로지 검은사막이라는 단일 지식재산권에만 의존하며 매출의 한계에 부딪혔던 펄어비스가 드디어 강력한 두 번째 현금 창출원을 장착하게 되는 순간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붉은사막의 장기 흥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목표 주가와 연간 판매량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당장 NH투자증권은 붉은사막의 올해 연간 판매량 추정치를 기존에 보수적으로 잡았던 349만 장에서 526만 장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글로벌 게임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 점수가 78점으로 다소 아쉽게 나오며 주가가 일시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겪기도 했지만 실제 패키지 판매고는 전혀 흔들림 없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삼성증권 역시 붉은사막의 폭발적인 초기 동시접속자 수와 가파른 스팀 판매 순위 상승세를 근거로 연간 판매량이 600만 장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과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던 한국 게임 산업이 PC와 콘솔 기반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 산업은 지나치게 모바일 기기에 편중된 플랫폼 구조와 소수의 유저에게 막대한 과금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에 의존한 바 있다. 그렇게 국내 시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렸지만 정통 비디오 게임의 가치를 중시하는 글로벌 서구권 게이머들로부터는 돈만 밝히는 질 낮은 게임이라는 냉대를 받았다.
다만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에 이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까지 연달아 글로벌 흥행 반열에 오르면서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도 새로운 무대에 서는 분위기다. '세계구'급 트리플 에이 콘솔 명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명성을 각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붉은사막이 보여준 위기 극복 과정도 눈길을 끈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개발진의 오만함이나 고집으로 인해 유저 편의성을 훼손한다면 시장에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붉은사막이 쏘아 올린 희망의 신호탄은 그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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