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출신 현정환 동국대 교수 인터뷰
투자자산이 아닌 지급결제 준화폐 강조
스테이블코인-화폐 교환 인프라 필요성
한은 ‘한강 플랫폼’ 발전 가능성 주목
원화 스테이블코인 쓰임새 여전히 숙제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 교환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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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을 줄여 화폐로 사용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 입니다. 그럼 화폐의 시스템을 따라야만 하는데, 지금은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이 나뉜 증권의 구조를 띠고 있습니다.”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폐의 단일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 교수는 최근 토스인사이트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경제적 영향분석 및 정책제언’ 집필에 참여해 중앙은행 기반의 교환 플랫폼 구축 필요성을 제언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출신인 현 교수는 “중앙은행이 전향적 태도를 갖고 스테이블코인의 화폐제도 편입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한국은행에 준비자산을 예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화폐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은행 중심’이 아닌 ‘화폐 중심’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국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의 40%를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 예치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도 증앙은행의 규제 틀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현 교수는 “이처럼 한은 내부에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관점을 화폐로 옮기면 스테이블코인도 중앙은행 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폐라면 일대일로 교환”…분절된 구조가 문제=현 교수가 강조한 ‘화폐의 단일성’은 서로 다른 형태의 화폐가 항상 같은 가치로 교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컨대 신한은행 예금과 하나은행 예금은 발행 주체가 다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돈으로 인식된다.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급결제 시스템이 이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거래 구조는 이와 다르다. 이용자는 발행자가 아닌 거래소 등 2차 시장을 통해 코인을 매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 등 비용이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의 디페깅(가치 이탈) 문제 역시 분절된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현 교수는 진단했다.
현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스테이블코인의 용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투자자산이 아닌 지급결제에 활용되는 준화폐로 정의하고 이에 맞는 제도 틀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 교수는 “발행자가 직접 판매와 환매에 참여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거래소 중심의 유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이 언제든지 예금화폐 또는 법정통화로 전환될 수 있다는 믿음을 이용자가 가질 수 있게 제도를 만들면 ‘디지털 런’의 동기도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한은 ‘한강 플랫폼’이 교환 인프라 될까=현 교수가 제시한 ‘교환 플랫폼’ 하에서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화폐는 직접 교환되며 최종결제는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진다. 서로 다른 발행자의 스테이블코인·예금 간 정산과 연결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현재 한은이 실험 중인 ‘한강 플랫폼’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한강 플랫폼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상환 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예금토큰을 준비자산으로 수탁하고, 이용자가 상환을 완료하면 예금계좌나 예금토큰 전자지갑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현 교수는 한강 플랫폼이 향후 교환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은 대체관계에 있다 보니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시장에서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기회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둬 디지털화폐 생태계를 만들어가려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환 플랫폼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현 교수는 “스웨덴,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지급결제 규제를 하나의 틀로 통합해 관리한다”며 “우리도 개별법을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시스템을 포괄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자금융거래법의 노후화도 걸림돌이다.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전자지급수단(전자자금이체·직불·선불·전자화폐·신용카드·전자채권)은 2008년 이후 손질된 적 없을뿐더러 전자화폐 항목은 요건만 있을 뿐 실제 사업자는 전무하다. 현 교수는 “전자화폐와 구조가 유사한 ‘선불 전자지급수단’이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전자화폐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말했다.
▶차기 한은 총재 변수 부각…스테이블코인 효용성 과제로=현 교수는 최근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도 언급했다. BIS가 그간 스테이블코인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향후 한국은행의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 역시 금융 안정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현 교수는 “새 총재가 취임하면 예금토큰(CBDC) 관련 사업은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정부의 디지털화폐 활용 구상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예금토큰을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금 집행에 투입하는 등 공공 목적 디지털화폐 활용을 타진 중이다. 재정경제부는 국고보조금 지급과 정산 과정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중앙은행은 정부 재정과 화폐를 분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며 “예금토큰을 재정 집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화폐의 용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적 쓰임새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화폐와의 대체성이 확보되는 동시에 그 수단만의 고유성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봤다. 결제 시 부득이하게 현금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을 대신 쓸 수 있게끔 하면서도 타 결제수단과 구분되는 성질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예를 들어 현금의 고유성은 (거래 기록과 개인 정보가 덜 드러나는) ‘익명성’인데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구조에서는 이러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급 결제 분야에서는 정답이 없다”며 “스테이블코인이 화폐 단일성을 충족하고 자금세탁방지(AML) 등 안정성 요건을 갖추는 한편 이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국내만의 독자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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