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력 갤러리와 아시아의 대표 갤러리 등 41개국에서 240개 갤러리가 참가한 '아트바젤 홍콩 2026'은 여러모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 갤러리 16개를 비롯해 아시아 갤러리의 비중이 예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이와함께 세계 정상의 메이저 화랑인 하우저앤워스 등이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 등 모던 마스터즈와 작고작가 작품을 다수 선보여 동시대미술 위주였던 예년에 비해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아트바젤 홍콩 2026의 갤러리즈 섹터에 참가한 독일 화랑 스푸르스 마거스가 출품한 조지 콘도의 회화. 'Abstract Human'. 2025. 캔버스에 아크릴물감과 파스텔. 162x130cm. 조지 콘도를 발탁해 오랜 관계를 유지하다가 스위스 화랑인 하우저앤워스에 작가를 떠나보냈던 스푸르스 마거스는 작년에 다시 화가와 전속관계를 맺고 이번 아트바젤 홍콩부터 본격적으로 조지 콘도 작품을 취급한다. 이 작품의 가격은 180만달러로 첫날 거래가 확약됐다. [이미지 제공=스푸르스 마거스]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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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5, 6년 전만 해도 아트바젤 홍콩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던 제프 쿤스, 데이미언 허스트,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등 이른바 수퍼스타들의 작품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것이 큰 변화다. 특히 제프 쿤스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도 대형 '호박' 조각이 여러 점 아트페어장에 놓여 눈길을 독차지하다시피 했으나 올해는 회색빛의 다소 침울(?)하고 작은 크기의 호박 조각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는 페인팅 점수가 크게 줄었다.
이들 작가들의 작품이 사라진 자리에 '뉴큐비즘'의 기수 조지 콘도와 한국의 대표적 추상화가 이우환의 회화가 내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우환의 작품은 파리 화랑인 메누르 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화랑이 내걸었다. 특히 메누르는 이우환의 1977년 파리시절 제작한 붉은 색 점화를 비롯해 대형 회화 '조응'과 신작 등을 내놓아 이우환 화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해주고 있다. 메누르는 조지 콘도의 작품 '블루스 뮤지션'(2021)도 출품했다. 조지 콘도의 인물화는 세계적인 톱갤러리들이 앞다퉈 취급하면서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초고가 블루칩 작품으로서의 위상을 당당히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프랑스 화랑 메누르가 아트바젤 홍콩 2026에 선보인 이우환의 유화 '점으로부터'. 1977년작이다. 메누르 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화랑이 이우환의 작품을 이번 페어에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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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조지 콘도를 재영입한 독일 베를린의 스푸르스 마거스 화랑 부스에는 조지 콘도의 강렬한 인물초상이 메인 작품으로 내걸렸다. 보라색이 감도는 이 인물화의 작품값은 180만달러. 한화로는 27억원을 호가하는 이 작품은 개막 첫날 구매자가 결정됐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부스 안쪽 사이드에 조지 콘도의 또다른 노란색 인물화를 전시하고 있는데 독특한 구도의 이 작품의 가격은 190만달러(28억6250만원)가 매겨졌다. 보랏빛 페인팅에 비해 작품의 임팩트는 약하나 사이즈가 커서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이 그림은 구매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폐막일까지는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의 최고 대표선수(?)였던 조지 콘도를 아쉽게도 떠나보낸 스위스 화랑 하우저앤워스도 조지 콘도의 인물화를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 선보였다. 하우저앤워스 부스에는 알렉산더 칼더의 대형 모빌 '호라이즌'이 공중에 매달린채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고, 피카소의 1965년작 '해변의 고양이와 게'(유화)가 출품돼 지금까지의 하우저앤워스 행보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하우저앤워스의 마크 페이엇 부사장은 "아시아 전역의 열성적인 수집가들이 찾아와 놀라운 출발을 했다. 올해 우리는 칼더와 에이버리 싱어, 로니 혼과 피카소를 결합해 부스를 꾸몄다"고 설명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2002년 섬유조각 '커플'을 220만달러에, 2008년 조각 '아 보들레르'(#1)를 295만달러에 판매했다. 조지 콘도의 '프리즘 헤드'(2021)는 230만달러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참고로 하우저앤워스는 지난해 11월 상하이에서 열린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에 조지 콘도의 페인팅을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내걸 예정이었으나 조지 콘도가 떠나면서 걸지 못했다. 그 대신 장엔리(중국)의 작품을 부스 정면에 걸었는데 '뭔가 좀 아쉽다'는 평이 나돌았다. 그런데 이번 홍콩 페어에는 콘도의 작품을 갖고 나와 판매했다.
[서울=뉴스핌] 아트바젤 홍콩 2026의 하우저앤워스 부스에 몰려든 관람객들. 앞쪽에 로니 혼의 유리 조각과 필립 거스통의 붉은 빛 회화가 보인다. 왼쪽 벽에는 이불의 작품이 내걸렸다. 이불의 작품은 첫날 27만5000달러에 팔렸다. 이불 작품은 리만 머핀 갤러리에도 출품돼 역시 개막일에 판매됐다. 마침 홍콩 M+ 뮤지엄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어 이불 작품에 관심을 갖는 해외 관람객이 많았다. [사진=이영란 미술전문기자]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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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저앤워스가 이번에 내건 가장 고가 작품인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 '호라이즌'(1956년)과 파블로 피카소의 'Cat and Crab on the Beach'(1965)도 거래됐다. 두 작품의 판매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불의 평면작품('무제' 2026)은 27만5000달러에 아시아의 한 사립미술관에 소장됐다. 이불은 아시아 최대의 현대미술관인 홍콩 M+ 뮤지엄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고 있어 많은 관람객이 작품에 관심을 표했다. 하우저앤워스로 옮기며 이불의 작품값과 위상이 동시에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강자 화랑인 가고시안이 아트바젤 홍콩 2026에 선보인 백남준의 2005년 작품 '서있는 부처'. 가고시안은 4월초 서울 용산의 아모레퍼시픽 사옥 1층에서 백남준 미공개작 전시를 개최한다. [이미지 제공=가고시안 갤러리] 2026.03.27 art29@newspim.com |
뉴욕 기반의 메가 화랑인 페이스는 최근 전속작가로 영입한 한국계 여성작가 아니카 이의 그림과 중국 화가 마오옌, 장샤오강 등의 작품을 개막초 모두 판매했다.
독일계 미국화랑인 데이비드 즈위너는 중국 작가 리우 예의 2006년작 회화를 380만달러에, 2002년작인 마를렌 뒤마의 인물화를 380만달러에 판매했다. 또 베를린 바스티안 갤러리는 피카소의 1964년작 유화 '르 페인트레 외 아들 모델레'를 350만유로에, 와딩턴 커스턴은 중국 추상거장 자오 우키와 주테춘의 작품을 각각 280만달러와 130만달러에 팔았다. 영국 화랑 화이트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회화 '테이크 미 투 헤븐'(2024)을 120만파운드에 판매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아트바젤 홍콩 2026에 독일계 미국 화랑 데이비드 즈워너가 선보인 조안 미첼의 유화 '무제'. 1964. 275x202cm. 개막 첫날 000달러에 판매됐다. [이미지=데이비드 즈워너]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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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화랑 글래드스톤은 아트바젤 홍콩에 매튜 바니, 알렉스 카츠, 로버트 라우센버그, 엘리자베스 페이튼,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을 선보였다. 그 중 알렉스 카츠의 회화(130만달러), 로버트 라우센버그 2점(각 11만달러), 엘리자베스 페이튼 2점(25만달러, 12만5000달러),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여러 점(각 4만5000~5만5000달러)를 판매완료했다. 또 리크릿 티라바니자의 작품 2점(각 16만달러) 매튜 바니 작품(10만달러)도 거래했다.
반면에 홍콩 미술계 베테랑인 펄램 갤러리의 차메인 찬 디렉터는 "올해는 판매가 예년 보다 좀 느린 듯하다. 보통 홍콩 구매자들은 상당히 빠른 결정을 내렸는데 좀 달라졌다. 홍콩 아트마켓은 여전히 물음표 단계"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한국 화랑들은 선전했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의 칼라풀한 신작 회화 작품이 판매됐고, 김윤신, 양혜규, 강서경의 작품을 솔드아웃시켰다. 조현화랑은 박서보, 이배, 김택상, 강강훈의 작품을 포함해 9000달러에서 18만달러에 이르기까지 37점을 판매했다. 학고재는 윤석남, 장헝, 정영주, 박광수의 작품을 VIP프리뷰 데이에 판매 완료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아트바젤 홍콩 2026'에 한국의 리안갤러리가 출품한 김춘미의 작품 'Branches' 2023. oil on linen. 180x140cm. 김춘미 작가는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미지 제공=리안갤러리]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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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는 이건용, 이강소, 김근태, 남춘모, 이진우, 윤희, 이광호, 김춘미, 에디 마르티네즈의 작품을 출품해 개막 첫날 다수의 작품 판매했다. 서울 성북동의 젊은 화랑 제이슨함은 최근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목하의 유화를 8만5000달러에 판매했고, 마이크 리의 작품은 7만5000달러에 아만다 볼드윈의 작품은 5만달러에 거래 완료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서울 성북동의 제이슨함 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 2026에 출품한 이목하의 'Here & Now'. 2026. oil on cotton. 8만5000달러에 개막 첫날 판매됐다. [이미지 제공=제이슨함 갤러리] 2026.03.27 art2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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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이란-미국전쟁으로 유가및 각종 경비(운송료 보험료 장치설치비 호텔비)가 급상승하면서 참가 화랑들은 높아진 지출에 비해 아트페어 참가수익은 상대적으로 낮아져 "아트바젤 참가를 위해 시간과 경비를 엄청나게 써가며 갖은 공력을 들이지만 화랑측이 최종적으로 걷어들이는 수익은 너무 작아져 아쉬움이 매우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 화랑들은 '아트페어 무용론'까지 제기할 정도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거의 없고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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