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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8 (토)

    [기자수첩] 김용판의 달서구行, 부당기위(不當其位)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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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성배 기자]
    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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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대구 달서구 정가에 묵직한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일이 가능하냐는 문제가 아니다. 왜 지금, 왜 하필 이 자리인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냐는 물음이다. 김용판 전 의원의 달서구청장 도전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이 엇갈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이 질문을 관통하는 말이 있다. 부당기위(不當其位)다. 말 그대로 그 자리에 과연 마땅한가를 묻는 표현이다. 흔히 능력이 부족한 이가 과분한 자리를 탐할 때 떠올리기 쉽지만,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에도 이 말은 성립한다. 지나치게 큰 경력이 오히려 제 자리를 잃을 때, 유권자는 그 선택을 겸손으로만 보지 않는다. 정치의 세계에서 대재소용(大材小用)은 미덕이 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지역정치의 균형을 흔들고 선거판을 기울게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유권자가 느끼는 것은 감탄이 아니라 불균형이다.

    중앙정치의 중량감을 지닌 인물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뛰어드는 순간, 선거의 무게추는 정책보다 인지도와 조직력으로 쏠리기 쉽다. 신인의 도전은 위축되고, 풀뿌리 정치가 길러야 할 세대교체의 숨통도 좁아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지나친 경력의 무게는 오히려 자리의 성격을 압도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권자는 되묻게 된다. 이것이 책임정치인가, 아니면 부당기위(不當其位)인가?

    정치에는 법전에 적히지 않은 질서가 있다. 중앙정치를 경험한 인물이라면 더 큰 책임을 감당하거나, 험지에서 당의 외연을 넓히거나, 후배 정치인에게 길을 터주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김 전 의원의 이번 선택은 익숙한 정치 문법과는 다르게 읽힌다. 더 넓은 책임으로 향하는 행보라기보다, 보다 익숙하고 안전한 무대로 이동하는 결정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초정치는 중앙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난 인물이 안착하는 공간이 아니다. 생활 밀착형 의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치 인물이 성장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그런데 중량감 있는 전직 국회의원이 이 무대에 들어서는 순간 선거의 축은 정책 경쟁보다 이름값과 조직력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 그 과정에서 지역정치가 길러내야 할 신인의 도전은 위축되고, 세대교체의 활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구처럼 특정 정당의 상징성과 조직력이 선거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역일수록 이런 선택은 더 무겁게 읽힌다. 개인에게는 정치적 결단일 수 있지만, 지역정치 전체로 보면 기득권의 재배치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적 자산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이 꼭 출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언하고, 지원하고, 후배 정치인을 키우는 길도 분명 있다. 그런데도 직접 출마를 택했다면, 그만큼 더 선명한 명분과 설득이 뒤따라야 한다.

    달서구청장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복지와 도시 활력, 산업 기반, 생활 인프라까지 주민 삶의 구체적 문제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생활행정의 최전선이다. 유권자가 궁금한 것도 화려한 경력 자체가 아니다. 그 경력이 지금 달서구의 현안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정말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다. 중앙정치의 경험은 이력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곧바로 명분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큰 무대를 밟았던 인물일수록 왜 지금 이 자리여야 하는지 더 무겁고도 겸허하게 답해야 한다.

    선거는 이름값으로 치르는 행사가 아니다. 경력의 크기보다 명분의 깊이로 평가받는 과정이다. 정치 역시 자리를 옮겨 다니며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때로는 물러섬으로 질서를 세우는 책임의 예술이어야 한다. 김 전 의원의 이번 도전이 부당기위(不當其位)라는 의문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결국 유권자 앞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유권자가 묻는 것은 단순하다. 그 선택이 정말 달서구를 위한 것인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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