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해 암을 박멸한다. 이 과정에서 활발하게 성장하는 모낭 세포도 영향을 받는다. 대게 경미한 수준에 그치고 항암이 끝나면 복구되기도 하지만 간혹 지속적 탈모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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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항암 치료가 끝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솜털처럼 가늘어진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자라는 경우가 있다. 치료 종료 후 6개월이 지났으나 모발 재생이 불완전한 상태, ‘지속적 항암 유발 탈모(pCIA, Persistent Chemotherapy-Induced Alopecia)’다. 과거에는 이를 일시적인 부작용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 증상은 일시적이 아닐 수 있으며 삶의 질을 나쁘게 만드는 요인에 해당한다.
항암 후 모발이 빠지는 이유
항암제는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여 암을 박멸한다. 그 과정에서 모발을 만드는 모낭 세포 역시 무차별적인 타격을 입는다. 대개의 치료가 중단되면 세포의 역할이 활성화 되지만, 특정 약물은 모발 재생의 근본인 '모낭 줄기세포'와 '조상세포'에 완전한 손상을 입힌다. 씨앗을 품은 땅이 항암제라는 강한 독약에 생명력을 잃은 황무지가 되는 셈이다.
유방암 치료에 특히 많이 쓰이는 탁산 계열과 안트라사이클린 계열의 약물이 특히 그렇다. 최근 연구에서 약물에 따라 최대 50~67%가 치료 종료 후에도 심각한 수준의 지속적 탈모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세탁셀이란 항암제는 세포의 뼈대인 미세소관을 비정상적으로 안정화해 세포 분열을 멈추게 하는데, 이 작용이 줄기세포의 생존력까지 앗아가 영구적인 탈모를 유발한다. 안트라사이클린 항암제는 강력한 산화 스트레스와 DNA 손상을 유발하여 모낭의 미세환경을 황폐화한다.
물론 모든 항암제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항암제들은 탈모 발생률 자체가 10~24%대로 낮으며, 발생하더라도 대개 경미한 수준에 그치며 치료 후 복구된다. 현재 활동 중인 세포 위주로 타격하기 때문이다.
지속적 탈모, 심리적 고문으로 삶의 질 떨어뜨린다
풍성한 모발은 젊음, 그리고 건강했던 자아의 상징과도 같다. 지속적 탈모 거울을 볼 때마다 투병의 기억이 강제로 떠오르고 여전히 '환자'로 살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심리적 고문이 된다. 실제로 지속적 탈모를 겪는 이들의 삶의 질 지수는 일반인에 비해 현격히 낮게 측정되며,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결 방법은 결국 초기 치료와 예방에 있다. 항암제 투여 시 두피 냉각(Scalp Cooling) 장치를 활용하여 모낭으로 가는 혈류를 일시적으로 줄임으로써 약물 노출을 최소화하는 예방적 접근은 이미 그 유효성이 입증되었다. 이미 탈모가 진행된 후라면 저출력 레이저(LLLT) 치료나 줄기세포 미세환경을 개선하는 약물 요법을 통해 잠든 모낭을 깨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2년 이상 충분히, 의학적으로 관리한 후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건강한 후두부 모발을 옮겨 심는 모발이식 수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암이라는 큰 산을 넘은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완치이자 일상으로의 복귀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과 같다.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태도가 그 희망을 현실로 바꿀 가능성을 높여준다. 상처 입은 모낭을 다시 숨 쉬게 하는 것은 단순히 미용의 문제를 넘어, 한 인간의 존엄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숭고한 과정입니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의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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