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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정현, 발목이 '발목'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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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발목 접질린 후 물이 차 한국 첫 메이저 시드 예정이던 프랑스 오픈 출전 포기

정현 "빠른 시간내 회복하겠다"

정현(22·사진)은 한국 테니스의 첫 메이저 제패 꿈을 이뤄줄 재목으로 꼽힌다.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4강을 비롯해 6개 대회 연속 8강에 오르며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랭킹도 현재 20위이다. 그런데 발목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정현은 24일 프랑스 리옹오픈 단식 2회전에서 질 시몽(75위·프랑스)과 경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른 발목 부상을 이유로 리옹오픈과 함께 다음 주 열릴 메이저 대회 프랑스오픈 출전도 포기했다. 정현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에 한국 선수로선 메이저 대회 사상 첫 시드를 받을 예정이었다. 정현 측 관계자는 "진단 결과 오른 발목을 접질린 후 물이 차 있어 열흘 이상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현은 자신의 트위터에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정현이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 등을 꺾고 4강에 올랐을 때 전문가들은 "프랑스오픈에서는 정현이 더 좋은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는 정현처럼 수비 능력이 뛰어나고 지구력이 좋은 선수들이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결국 부상으로 메이저 대회마저 포기하게 됐다.

정현의 부상은 발 부위에 집중돼 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준결승에선 페더러와의 경기 도중 발바닥 물집으로 기권했다. 지난 4월 말 바르셀로나오픈으로 클레이 코트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준비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출전이 무산됐고, 이후에도 발목 통증 때문에 성적이 부진했거나 아예 출전을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정현의 발 부상이 그의 플레이 스타일 때문인 것으로 본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정현은 최정상급 스트로크 능력을 바탕으로 지구전을 펼치는 스타일"이라며 "풋워크가 뛰어나도 계속 접전을 펼치다 보면 발과 무릎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코트에 미끄러지면서 상대 스트로크를 받아넘기기 때문에 발목이 잦은 충격에 시달리고, 어려서부터 발에 물집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박용국 단장은 "정현이 고질적인 발 부상을 피하기 위해선 경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스케줄 관리와 몸 만들기 역시 연(年) 단위로 치밀하게 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 정현과 투어 생활을 함께 했던 윤용일 코치는 "조코비치나 나달 같은 대선수도 부상과 슬럼프 등 성장통을 겪었다"며 "기량 향상으로 매 대회 치르는 경기 수가 많아진 상황에서 몸 관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테니스 전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는 밀가루를 비롯한 통곡물에서 나오는 글루텐을 식단에서 제거하면서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세트를 거듭할수록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세를 소화 체계 불균형에서 오는 호흡 곤란으로 진단한 전문가 조언을 따랐다. 피자집 아들인 조코비치로선 극단적인 선택일 수 있었지만 강철 체력으로 거듭났다. 역사상 최고 선수로 꼽히는 로저 페더러는 체력 관리를 위해 지난해부터 클레이 코트 대회를 건너뛴다. 37세인 그는 반쪽 선수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잔디와 하드 코트에서 승부를 보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 덕분에 메이저 대회 20승을 올렸다.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려면 먼저 세계 정상급 몸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현도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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