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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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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혈압·협심증 환자, 쉽게 숨차고 피로? 심장 기능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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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심장 질환의 마지막 단계

노화로 오인해 늦게 발견 일쑤

암처럼 조기 발견·치료가 정답

심부전은 인체의 엔진인 심장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심장은 전신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충분히 펌프질 하면서 산소·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거둬들이는데 이 기능이 망가진 것이다. 엔진이 녹슬면 윤활유를 갈아주고 정비하듯, 심장도 기능이 떨어지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심부전을 자연스러운 노화로만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혈압·심근경색 같은 질환이 심장 기능을 약하게 해 심부전을 일으킨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심장 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는 심부전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 심부전이 증가한 것은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탓도 있다. 고혈압·당뇨·관상동맥 질환 등이 있으면 심부전으로 악화할 위험이 크다. 분당서울대병원 심장내과 최동주 교수(대한심부전학회장)는 “심부전은 심혈관계와 관련한 모든 질병의 합병증으로 발생한다”며 “심장병에 걸려도 치료받은 뒤 100세 가까이 살면서 심장이 약해져 심부전이 온다”고 말했다. 40~59세의 심부전 유병률은 0.8%이지만 60~79세에서는 4.3%, 80세 이상에서는 9.5%다. 80세 이상 10명 중 1명은 심부전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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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이상 10명 중 1명꼴 발병
심부전은 심장 질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기 때문에 입원·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환자는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친다.

고혈압·부정맥이 있는 이연숙(여·58)씨는 불면증·두통과 함께 심한 기침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잠을 뒤척이기 일쑤였다. 처음엔 갱년기 증상으로 여겼는데 상태가 계속 나빠졌다. 급기야 걷기조차 힘들어 응급실로 실려간 뒤에야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심한 기침은 폐에 물이 차 나타난 증상이었다. 이씨는 중환자실 입원·퇴원을 네 차례 반복한 뒤 심장재동기화 박동기 삽입술을 받았다. 최 교수는 “심장이 펌프질을 제대로 못해 장기로 피가 충분히 가지 못하면 폐·배에 물이 차고 팔다리가 붓는다”며 “대다수 환자가 이씨처럼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심부전이 오면 신장·뇌·간 등 여러 장기가 망가진다.

심부전은 건강에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위험성과 증상을 올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한심부전학회와 한국심장재단이 성인 136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2016), 전체 응답자의 65%는 ‘계단을 오르는 등 거동이 힘들다’와 같은 심부전의 증상을 ‘정상적인 노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 75%는 협심증의 대표 증상인 ‘가슴의 날카로운 통증’을 ‘심부전의 대표 증상’이라고 답했다. 고혈압·심근경색증·판막 질환 등 심부전 위험을 높이는 원인 질환을 앓았던 고위험군도 절반 이상이 심부전을 다른 질환과 구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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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환자 3분의 1은 진행
심부전은 조기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최 교수는 “심부전을 암에 비유한다”며 “조기암은 생존율이 100% 가까이 되지만 말기암에서 사망률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처럼 심부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심부전은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심장 관련 질병이 있으면서 심장이 망가지기 시작하지만 별 증상이 없는 상태다. 2단계는 뚜렷한 증상은 없지만 심장이 이미 망가진 상태다. 3단계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4단계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심각한 상태다.

조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를 받으며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면서 심부전이 악화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중증 심부전이면 응급실을 통한 입원과 퇴원, 재입원을 장기간 반복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또 진단 시기가 늦어지면 심장이식이나 인공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장 관련 질병이 있으면 별 증상이 없어도 이미 심부전으로 진행하고 있을 위험이 크다. 심장을 손상시키는 고혈압·당뇨·심근경색·협심증·판막 질환, 심근 질환 등이 있는 환자는 잠재적 심부전 환자다. 심근경색 환자의 3분의 1은 심부전으로 악화한다. 최 교수는 “심장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으면 심장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부전을 전공한 심장 전문의나 내과를 찾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심부전 오해와 진실
미세먼지가 심부전을 악화시킨다
YES 미세먼지는 심혈관계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6∼13% 증가한다. 미세먼지는 체내에 침투해 혈관 등에 자극을 준다. 심근경색·허혈성심 질환, 부정맥 등 심혈관 질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도 심부전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된 고위험 환자일수록 심장 상태를 진단 받는 것이 좋다.

소화불량·피로감이 심부전 증상일 수 있다
YES 심부전의 흔한 증상은 호흡곤란, 피로감, 식욕부진이다. 호흡곤란은 처음엔 운동을 하거나 움직이는 동안 주로 나타나다가 심부전이 진행되면 누워만 있어도 숨이 찬다. 심장이 충분한 양의 피를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발목이 붓는 부종도 생긴다. 몸속 수분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피로감·호흡곤란 같은 증상은 스트레스나 피로감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심부전 진단이 쉽지 않은 이유다. 고혈압·당뇨·비만 등 원인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이런 증상이 있으면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심부전은 완치할 수 있다
NO 심부전은 완전한 치료의 개념이 없다.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하는 병이다. 조기에 진단해 증상을 완화하고 질병의 진행을 막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심부전 치료는 환자의 의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환자는 금연·금주·저염식·운동을 하고 꽉 끼는 옷을 피하며 정기적으로 외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심부전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고령 환자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가 환자의 체중 변화와 피로감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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