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염증을 억제하는 물질인 ‘아디포넥틴(adiponectin)’의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향후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633명을 대상으로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과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염증 물질의 분비량이 늘고 혈중 농도가 증가한다. 염증 반응의 증가는 우울증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부터 나타나는데, 이와 함께 염증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항염증 물질도 증가한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하는 단백질로 염증을 차단하고 억제하는 대표적인 항염증 물질이다. 동맥경화·심장병 등 염증성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확인돼 ‘좋은 호르몬’으로 불리지만 이 물질로 우울증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진행된 적이 없었다.



이에 연구팀은 우울증 등 기분 장애를 진단받지 않은 노인을 대상으로 아디포넥틴과 우울증의 연관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의 혈액을 채취한 후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를 측정해 농도에 따라 상위·중위·하위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상위 그룹의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는 16.34μg/mL 이상, 중위 그룹은 5.68~10.36μg/mL, 하위 그룹은 5.68μg/mL 이하였다.

그리고 5년 뒤 연구팀은 구조적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우울증 발병 여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가 상위 그룹에 해당하는 노인은 하위 그룹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약 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 그룹의 우울증 발병 위험은 하위 그룹에 비해 7.7배 높았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어 우울증 위험이 커지면 우리 몸이 사전에 이를 막기 위해 미리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항염증 물질의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우울증은 만성질환과 경제적인 이유, 노화에 따른 불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신체·정신적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증상이 모호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우울증이 발병하기 전 미리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예방적 치료를 적용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김기웅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표적인 항염증 물질인 아디포넥틴을 우울증의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힌 최초의 결과”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우울증을 예측하고 진단·평가·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정신의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gn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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