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건강관리 이렇게
간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인의 간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지방간·간염·간경변 등 만성 간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62만799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는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는 특히 간 건강이 나빠지기 쉬운 시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매일 술 마시는 사람 90%는 지방간
간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은 과음·과식 등 무분별한 식습관이다. 간은 체내 흡수된 약물·알코올 등 독성 물질을 분해·대사하는 ‘해독 작용’을 담당한다. 담즙을 생산해 소화를 돕고 흡수된 영양소를 저장·가공해 필요한 세포로 분배하는 역할도 맡는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간이 받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간 건강을 위해 조절해야 하는 음식은 첫째, 술이다. 알코올이 유입되면 간이 이를 해독하는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그 자체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다. 체내 활성산소를 늘리고 염증 반응을 촉진한다. 이 교수는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의 90%는 지방간(간의 5% 이상이 지방인 상태)이 동반돼 있고 이 중 20~40%는 지방간염이 관찰된다”며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면 결국 간경변·간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간을 위해서는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적정 음주량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이 하루 동안 부담 없이 해독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남성의 경우 30g(소주 3~4잔), 여성은 20g(소주 2~3잔) 이하다. 음주 후 얼굴색이 변하지 않거나 숙취가 없다고 적정 음주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은 섭취한 알코올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며 “얼굴색 변화와 숙취는 알코올 분해 효소 양의 차이일 뿐, 분해 시 나오는 독성 물질이 간을 손상시키는 것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의 ‘양’ 못지않게 마시는 ‘속도’도 중요하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오르면 간이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게 돼 탈이 나기 쉽다. 따라서 공복에 술자리는 피하고, 술을 마실 때는 안주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수는 “과일 안주는 수분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술로 인한 독성 반응을 줄일 수 있다”고 추천했다. 맥주에 소주·위스키 등을 섞는 이른바 ‘폭탄주’는 마실 때 거부감이 덜해 과음·폭음을 부추길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간 수치, 피로 개선 효과 입증
둘째, 탄수화물·지방 섭취도 신경 써야 한다. 지방간의 80% 이상은 술이 아닌 영양 과다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간은 우리 몸이 쓰고 남은 탄수화물·지방 등의 영양소를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간에 축적되는 지방이 나가는 양보다 많으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긴다. 열량이 높은 기름진 음식과 밥·면·빵 등 당분의 과도한 섭취가 간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알코올성이든 비알코올성이든 지방간 치료의 첫 단계는 적정 체중 유지다. 단 너무 빨리 살을 빼면 오히려 간에 염증 반응이 악화해 심한 경우 간부전에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체중 감량 속도는 2주에 1~2㎏ 정도가 적당하다”며 “하루 밥 한 공기를 덜 먹고 매일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평소 간에 좋은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해주는 것도 간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성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UDCA(우르소데옥시콜산)’이다. UDCA는 담즙산의 구성 물질로 간의 대사 작용을 돕고 체내 유입된 독성 물질의 배출을 촉진한다. 정상적인 간 세포를 보호하는 한편 손상된 간 세포를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UDCA의 효과는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됐다. 일산백병원·서울성모병원 등 국내 5개 대학병원이 간 수치(ALT)가 높은 환자 16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한 그룹(84명)은 매일 UDCA 50㎎을, 다른 그룹(81명)은 모양·색이 비슷한 가짜 약을 8주간 복용하도록 한 뒤 피로도와 혈중 ALT 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UDCA를 먹은 그룹의 자가 피로도는 76점 미만으로 정상화한 비율이 80%였다. 가짜 약을 먹은 그룹(46%)의 두 배에 달했다. 혈중 ALT 농도도 UDCA를 먹은 그룹은 평균 12.76% 감소한 반면 가짜 약을 먹은 그룹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이 밖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리보플라빈 등 비타민B와 간에 유입된 지방·담즙의 배출을 돕는 엽산도 간에 좋은 영양소로 꼽힌다. 생선·콩·달걀 등에 풍부한 단백질 역시 간세포의 재료로 쓰이는 만큼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 이 교수는 “간에 좋다며 인진쑥·헛개나무·상황버섯·민들레 등을 즙을 내거나 농축해 먹는데, 이 경우 몸에 좋은 성분과 함께 독성 물질도 많이 섭취할 위험이 있어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