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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벤투의 아시안컵 구상…‘확고한 선발’과 ‘색다른 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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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석현준·문선민 대신 지동원·나상호 발탁

상대 밀집수비·역습에 유연한 대응 위해 스타일 겹치는 선수들 배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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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49)은 냉정한 선장이다. 59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향해 떠나는 항해에 필요하지 않은 선원이라면 가차없이 하선시킨다. 자신이 부임한 이래 줄곧 중용했던 선수도, 골을 넣은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벤투 감독이 20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최종 명단(23명)을 살펴보면 그의 구상을 읽을 수 있다. 예상대로 지난 10월 소집 명단에서 아시안컵의 뼈대를 잡았다.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인 ‘지배하는 축구’를 그라운드에 펼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을 마쳤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해결사로 등장한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비롯해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 킬),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김영권(광저우 헝다), 김민재(전북) 등이 이름을 올렸다.

눈길을 끈 것은 명단에서 빠진 선수들이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6경기를 모두 뛴 측면 날개 문선민(인천)과 유럽파 골잡이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 월드컵 풀백 박주호(울산)가 나란히 탈락했다. 그 빈자리를 나상호(광주)와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김진수(전북)가 꿰찼다.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변화를 꾀한 것은 확고한 선발 라인업이 짜인 상황에서 백업 선수들에게는 다른 색깔과 다른 성향을 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안컵에서 만날 상대 대부분은 한국보다 약체로, 이들은 밀집수비로 맞서다 역습에 나서는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우선 황의조의 백업으로 지동원을 발탁한 것이 눈에 띈다. 지동원이 벤투호에 승선한 것은 정통 스트라이커인 황의조와 스타일이 다른 데다 황의조가 묶일 경우 빠른 발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석현준도 두 차례의 평가전(파나마·우즈베키스탄)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제 기량을 발휘했지만 황의조와 스타일이 겹친다는 문제가 있었다. 벤투 감독은 “지동원은 황의조와는 다른 유형으로 우리 스타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라며 “석현준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 부분에선 지동원이 나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K리그1에서 14골을 뽑아내 토종 최다 득점 선수 문선민이 2부리그 득점왕(16골) 나상호에게 밀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선민은 역습이나 공간이 열린 상황에선 제 기량을 보여주지만 좁은 공간에선 거꾸로 한계를 노출했다. 또 문선민이 측면 윙어로만 기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았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공격에 힘을 기울이는 구상을 내놨지만 상대의 역습도 잊지 않았다. 수비수 박주호를 제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주호는 국가대표 복귀전이던 지난 10월 파나마를 상대로 골을 터뜨리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발이 느리고, 수비가 무너지는 문제점을 종종 노출했다. 벤투 감독은 “김진수가 수비면에서 홍철과 다른 강점을 갖고 있어 박주호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오는 23일 오전 1시 결전지인 UAE로 떠난다. 2019년 새해 첫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정상 도전을 위한 시동을 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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