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방을 펴고 있는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이 지난 9일부터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청산·사법개혁 법안을 반대한다는 것이나, 정작 필리버스터 대상은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들이다. 쟁점·반대 법안도 아니고 민생법안까지 가로막는 필리버스터는 전례도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10일부터 여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는 장외 농성도 시작했다. 그간 벌여온 장외 투쟁의 연장선이겠지만, 국민 삶을 볼모로 한 대여 투쟁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법 왜곡죄·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8개 법안 처리를 예고하자 모든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첫 안건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자마자 첫 주자로 나선 나경원 의원은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입법 내란세력”이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과 무관한 발언에 우원식 국회의장이 마이크를 끄게 했고, 국민의힘이 항의하며 개의·정회를 되풀이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결국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로 마지막 정기국회가 파행 종료되면서 민생법안 59건이 본회의장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됐다.
본회의에 상정된 민생법안은 ‘여당 단독 입법’이 아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지역경제를 살리는 지역화폐 법안, 청년과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지원 등 여야 모두 시급한 민생 과제로 정한 법안들이다. 그런데도 대정부 투쟁을 명분 삼아 민생에 제동을 건 국민의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국회 소수파의 의견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필리버스터다. 하지만 민생을 당리당략의 도구로 삼는 필리버스터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치혐오만 키우는 흉기가 될 수 있단 걸 국민의힘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이 재발되어선 안 되고, 국회의장도 필리버스터를 세우는 파행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천막농성장에서 “8대 악법이 통과되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힘은 국민밖에 없다”고 했다. 적어도 국민 삶을 보듬을 입법을 정략 수단으로 막아놓고 국민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대화와 토론, 합의를 통해 대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무대가 국회란 걸 여야는 명심해야 한다. 그중에도 민생은 국회의 존재 이유다. 국민의힘은 선 넘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즉각 나서야 한다. 민주당도 ‘야당 없는 국회’를 만들 심산이 아니라면 필리버스터 요건을 강화한 법안 추진을 중단하길 바란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