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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예천군 의원 폭행 당한 가이드 "그분 때리고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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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경북 예천군의회 이형식 의장과 박종철 부의장(왼쪽)이 4일 군의회에서 해외연수기간 중 가이드 폭행사건과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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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 연수 기간 박종철 경북 예천군의회 부의장에게 폭행을 당한 여행 가이드 A씨가 8일 “박 부의장과 언쟁을 벌인 적도 없고 대화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이드 폭행 사건이 알려진 후 박 부의장 측이 “빡빡한 일정 때문에 말다툼하다 ‘그만하자’며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서 가이드가 얼굴을 맞았다”고 해명하자 반박한 것이다.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폭행 전후 상황을 자세히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군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에 남은 일정이 하나 더 있었다. 그런데 (군의원들이)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시더라. 이미 소주 7병을 시켜 드셨더라. 그래서 ‘한 군데 더 갈 데가 있으니 정리하고 나오시라’고 안내하고 나오는데 박 부의장이 복도에서 쭈그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었더니 술 취해서 그런다고 하시길래 그럼 버스에 가서 좀 쉬고 계시라고 말씀드렸다. 제가 버스에 승차했을 때 이형식 의장님, 다른 군의원 한 분, 저와 버스 기사만 있었다. 박 부의장은 뒷자리에 누워 있었다”며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일어나서 (박 부의장이) 저한테 주먹을 날렸다”고 했다.

A씨는 “제가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분은 갑이고 저는 갑을병정이라 치지는 않았다”며 “일단은 버스 기사가 캐나다 경찰 측에 전화해 앰뷸런스가 오고 경찰이 왔다. 앰뷸런스 안에서 응급 처리를 받으며 리포트를 작성했다. 경찰이 일단 폭행 가해자로 박 부의장을 연행해 가겠다고 해서 저는 일정이 망가지니까 연행하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리고 저는 호텔에 가서 체크인해 드리고 택시 타고 호텔 근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버스 안에 폐쇄회로(CC)TV가 있어 버스 회사에 CCTV 영상을 요청한 상태라고도 했다.

그는 “박 의원한테 아직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사과는 의장하고 다른 분들이 계속 했고, (박 부의장은) 저하고 대화도 한마디 나누지를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캐나다 마지막 날 의장님과 다른 의원 한 분이 ‘합의를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고 중재를 했다. 돈을 받기 전에 합의서에 사인을 먼저 해 달라고 해서 해줬는데 합의서를 주머니에 넣자 돌변하고 막말을 하더라”며 “박 의원이 ‘너도 나 때려봐라. 나도 돈 좀 벌어보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연수 중간 권도식 군의원이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처음에 당황했고 농담하시는 건 줄 알았다. ‘여기는 그런 곳 없다’라고 했더니 보도를 불러달라고 하시더라. 버스 안에서 버스 밖에서 여러 번 부탁하셨다. 녹취는 없지만 버스 안에서 처음에 말씀하셨으니까 차 안에 계신 분들은 다 들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합의를 해 주겠다고 그래서 사인을 해줬는데 바로 주머니에 넣자마자 말이 바뀌고 돌변했고 여행사 대표에게 당장 여행사 바꾸고 버스 가이드 바꿔라 큰소리치는 걸 제가 옆에서 들었다”며 “그건 갑질이라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폭행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제가 3일을 더 모시고 다녔는데 버스 안에서 제가 한 번도 이 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그랬는데 당사자는 한 번도 저한테 사과 한 적 없고 가이드를 바꾸라고 갑질을 했고, 결국 제가 마지막 날 교체됐다”고 덧붙였다.

예천군의회 군의원 9명과 직원 5명 등은 지난해 12월 20~29일 미국과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23일 박 부의장은 버스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권 군의원은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안내를 요구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박 부의장은 직에서 물러나고 자유한국당도 탈당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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