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맨 왼쪽)과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왼쪽 둘째)이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양대 노총은 자신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까지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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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개편 방안에 대해 노동계가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나서면서 30여 년 만의 최저임금 개편이 또다시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이콧'을 결정한 것에 대해 재계도 불만이다.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한 꼬투리 잡기에 나선 것이란 비판이다.
9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결정 체계안을 반대한다"며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으면 공동으로 총파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전문가들을 포함하는 방안을 담은 최저임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양대 노총은 절차상 문제를 앞세웠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노사정과 사전 협의 없이 발표한 불통 정책이고, 그동안 정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적이 없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동안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인상 폭 구간을 결정하면서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사안인데 법까지 바꿀 사안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역시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논의하고 법제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이원화된 체계를 들고 와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위원회도 사회대화기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견 수렴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당사자를 제외한 구간설정위원회 위원들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한다는 것과 결정 기준에 '기업의 지불 능력'을 추가하겠다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사 당사자들이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며 "기업의 지불 능력을 감안하겠다는 건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계 주장에 대해 재계는 '지금 상황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본격적인 협상 전 위력 행사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에 '기업의 지불 능력'이 명문화됐지만 사실 기존에도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반영됐던 내용들로, 단순한 문구 수정에 불과하다"며 "노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건 특별히 바뀐 게 없을뿐더러 누구에게 유리할지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구체적인 내용보다 절차적인 문제를 앞세우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산업계는 올해까지 2년 연속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감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 급등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인들은 올해 최저임금 부담 축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라 노동계 주장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다.
양대 노총은 토론 거부에 이어 노동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28일 대의원회의 결의를 통해 2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당장 총파업 카드를 꺼내기보단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먼저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이달 말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저임금 개편안을 확정 지으려던 고용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용부는 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이달 중 집중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다. 1월 21일부터 30일까진 온라인 등을 통해 대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은 하되 전문가 토론회에 노동계 참여를 위해 접촉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경사노위라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해 사회, 경제정책, 산업정책 의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내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앞으로 2~3주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참여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부에선 여전히 경사노위 참석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실제 참여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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