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새해 두 번째 현장 최고위원회의 장소로 선택한 곳은 서울강남고용복지센터였다. 고용과 관련한 특별한 이슈가 있었다기 보다 서울강남고용복지센터의 위치가 편의점 1위 업체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본사와 가까워 최고위 회의 장소로 선택된 것이다. BGF리테일 본사 앞에는 51일째 농성 중인 CU가맹점주협의회의 천막도 있어 가맹점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선택 이유 중 하나였다.
이 대표는 ‘편의점 상생 사회적 대화 지지’를 위한 현장 점검차 나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화의 한쪽 편인 CU가맹점주협의회와 전국가맹점협의회의 대표만 만나고 일어섰다. 다른 한편인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사업자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초대받지 못했다. 여권의 실력자가 편의점 상생을 하자면서 대화의 한쪽 편만 만나고 간 탓에 편의점업계는 이미 수천억 원이 드는 상생안을 발표했는데도 ‘뭘 더 해야 하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편의점주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급증한게 주된 이유다. 최저임금은 매년 두자릿수 비율로 올라 최근 2년간 29.1%나 상승했다. 점주 입장에선 임금 인상분만큼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용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확대되면 이를 감당하겠지만, 현재 편의점 매출이 급격히 늘기는 어려운 구조다. 편의점 주요 이용객인 1020세대가 온라인 구매로 빨리 이동하는데다 편의점 시장 자체도 이미 포화상태다. 수년 전처럼 목 좋은 곳에 매장을 내기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는 시기는 지났다. 이런 여건속에서 정치권이 편의점 상생을 위한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농성 중인 편의점주만 만나고 가는 것은 대중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다. 점주들의 어려움의 원인이 가혹하고 착취적인 편의점 본사의 가맹점 정책 때문으로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는 이미 100m 이내에는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 규약을 18년 만에 부활시켰고, 수천억 원이 드는 상생안을 내놓는 등 타 업계에 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실 편의점주를 포함한 자영업자들이 최근 더 힘들어진 것은 정부의 잘못된 ’소득 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책의 핵심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비용 증가를 유발해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비용을 줄이려고 점주가 알바 대신 직접 일을 하다 보니 12시간 노동은 기본이고, 심야 시간대에도 편의점을 지키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벌이는 주는데 노동 환경은 더욱 열악해 진 것’이다.
정치권의 이같은 행보는 최저임금 부작용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점주들의 분노를 기업으로 향하게 해 최저임금 논란을 잠재우려는 속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치권은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편의점 사업자를 적으로 돌리면, 편의점 이미지를 악화시켜 가맹점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치권의 점주를 위한 행동이 멀리 보면 오히려 이들에게 독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더이상 ‘언발에 오줌 누기’식 행보로 지난 실패를 덮어선 안된다.
신소연 소비자경제섹션 컨슈머팀 차장 carr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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