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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푸틴-아베 ‘쿠릴 담판’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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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쿠릴열도 반환 사실상 거절

헤럴드경제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 회담을 마친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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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 간의 ‘쿠릴열도’ 귀속 문제가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일본에 대한 영향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쿠릴열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협상의 핵심 의제였던 쿠릴 열도를 둘러싼 러ㆍ일 간 영토 분쟁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현재 일본은 평화조약 체결에 앞서 현재 러시아에 귀속돼 있는 쿠릴열도의 영유권을 되찾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아베 총리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세계 2차 대전 종전 당시 소련은 일본이 점유하고 있던 쿠릴열도 4개 섬을 점령했고, 양국은 아직까지 종전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다. 일본은 1855년에 제정한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바탕으로 쿠릴 4개 섬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쿠릴열도가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돼 있다며 일본의 요구에 맞서왔다.

이날 양 정상 간 회담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영토 반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조건 합의에 길고도 힘든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 결과 “(양국) 협상가들이 제안할 결론을 두 나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양국 여론이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서) 일본의 쿠릴열도 반환 요구를 진전시키겠다는 그 어떤 신호도 주지 않았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은 섬 반환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국민의 77%가 ‘섬을 한 개도 일본에 줘선 안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세계 2차 대전 이후 70년간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우리는이것을 꼭 해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정치적으로 쿠릴열도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쿠릴열도 반환을 위해서 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를 보이고 있는 만큼, 러시아로서는 분쟁을 장기화시키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초 ‘러시아 스파이’ 암살 사건이 일어난 당시,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지 않은 나라는 G7 중 일본이 유일하다.

FT는 “일본은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러시아에 비교적 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브라운 일본 템플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러시아 지도부들은 일본과의 분쟁을 지속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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