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형사법원에 출석하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외치고 있는 알아라이비 [EPA=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법원이 강제송환의 갈림길에 서 있던 바레인 출신 난민 축구선수에 대해 또다시 결정을 보류했다.

바레인 정부의 강제송환 요청에 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나올 비판을 의식한 '어정쩡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4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형사법원은 이날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 선수 출신 난민 하킴 알리 무함마드 알리 알아라이비(26)에 대한 바레인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초 검찰의 추방 요청에 대한 결정을 60일간 보류한 데 이어 두 번째 구금 연장 결정이다.

알아라이비는 공판에서 바레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재판부에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아라이비는 공판 전 법원 앞에 모인 취재진과 지지자들 그리고 난민 지위를 인정한 호주 정부 관계자 등을 향해서도 "나를 바레인으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바레인 정부는 지난달 28일 알아라이비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태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국제인권단체는 물론 호주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 알아라이비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태국 정부를 압박했다.

앞서 알아라이비는 지난해 11월 말 신혼여행 차 태국에 왔다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를 이유로 체포돼 본국 송환 위기에 놓였다.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바레인 축구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던 알아라이비는 왕실의 스포츠 비리를 폭로했다가 2012년 당국에 체포됐고, 고문을 받는 등 탄압에 직면하자 2014년 호주로 도피했다.

바레인은 이후 알아라이비가 2012년 11월 당시 경찰서 기물을 파손했다며 궐석재판을 거쳐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호주 정부는 그러나 2017년 그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고, 알아라이비는 호주 멜버른의 한 축구팀의 선수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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