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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격론장된 설 연휴 밥상머리…식당 사장 고모는 울고 알바 조카는 웃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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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음식점·주점 실질매출 '역대 최저'

음식점·주점의 근로자 임금은 10% 상승

노동비 물가 반영…외식물가상승률 가장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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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종로구에 사는 최문덕(가명·70) 씨는 씁쓸한 설 연휴를 보내야만 했다. 오랜만에 일가친척들이 모였지만, 밥상 앞에서 오고 가는 대화는 정겹지 않았다. 장사를 하는 동생들은 불경기에 임대료 폭등·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만 늘어놨다. 정부 정책을 비난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취업을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는 조카들은 '메뚜기 알바' 등으로 현실이 힘들지만 그래도 최저임금이 올라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담이 오고 가야 하는 자리에서 때 아닌 치열한 격론이 벌어진 것. 이 같은 격론 끝에는 푸념만 가득했다. 특히 전과 잡채·갈비 등으로 설 상차림을 준비한 최 씨의 아내 김미향(가명·65) 씨는 식품·외식 물가로 허리가 휠 정도라며 울상을 지었다.


여의도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던 최 씨의 여동생 문자(가명·68) 씨는 최근 폐업을 신청했다. 인근에 치킨집이 너무 많은 데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불경기 영향으로 저녁 장사가 예전 같이 않아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그런데 임대료는 매년 올라 비용 부담이 커졌는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와 배달대행료가 감당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 '폐업'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자영업자가 너무 외면 받는 세상"이라면서 "모든 정부 정책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는데, 이렇게 최저임금 부담을 주면 결국 폐업 밖에는 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씨의 남동생 문석(가명·67) 씨 역시 이 같은 발언에 동조하며 "임대료 폭등으로 매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인근 외식 매장 곳곳이 폐업을 하거나 이전을 하는 등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와이프가 나와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애들까지 동원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이냐"고 강조했다.


이들의 주장은 지표로 증명이 됐다. 지난해 음식점과 주점의 실질 매출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음식·주점업 판매액지수는 98.0으로 201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았다. 판매액지수는 매출 총액에서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것으로 2015년이 기준연도(100)다. 지난해 이 지수가 가장 낮았다는 것은 물가 영향을 제외한 음식·주점업의 실질 매출이 가장 적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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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하소연에 찬물을 끼얹은 이는 문덕·문자·문석 씨의 자식들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취업준비생 신분인 문덕 씨의 들 최수현(28)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솔직히 최저시급도 못 받았는데, 최저임금이 화두가 된 이후에는 그래도 최저시급의 선은 지켜진다"면서 "시급도 올라 아르바이트 한달 월급으로 솔직히 용돈도 충분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문자 씨의 딸 최선미(26) 양은 "주휴수당을 피하려는 사업주 꼼수로 인해 쪼개기 알바를 해야하는 메뚜기 신세이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아르바이트 2개 정도만 해도 생활이 가능하다"면서 "최저임금도 못 줄 정도면 사업 경쟁력이 없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문석 씨의 아들 최수창(29) 군 역시 "최저임금은 올라야 하고, 노동자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때문에 외식업이 망한게 아니라 이미 공급과잉이나 준비성 없는 창업 등으로 망할 조짐을 갖고 있었는데, 비난의 화살을 최저임금으로 돌릴 뿐"이라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그는 "다만 임대료 부분은 충분히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의 주장대로 음식·주점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은 상승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음식점 및 주점업 근로자의 지난해 3분기 임금은 1년 전보다 10.3% 늘어났다. 이는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로, 상용 근로자가 1인 이상인 사업체의 모든 근로자 임금 총액이 대상이다.


음식점 및 주점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9.9%)와 2분기(9.3%)에는 10%에 육박했다. 1∼11월 기준으로는 1년 전보다 9.6% 올랐다. 이는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상승률이다. 한은이 분석한 서비스업 근로자 임금 총액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 7.0%, 2분기 5.3%, 3분기 5.6%였다. 이는 전체 서비스업에서 국방과 공공행정을 제외한 결과다. 모든 산업 임금 상승률은 1분기엔 7.9%로 서비스업보다 높았지만 2분기(4.2%)와 3분기(4.9%)에는 낮았다. 1∼11월 기준으로 5.3%였다.


수현·수창 군은 "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면서 "그동안 외식업에서 일을 하는 이들이 최저시급도 못한 돈을 받고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암담한 노동 현실이고,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돈을 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격론 끝에는 주부들의 물가 부담에 대한 하소연도 쏟아졌다. 미향 씨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면서 "4인 가족 일주일 식비 지출이 작년에 비하면 40%가량은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실제 노동비용 요인은 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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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올 1월은 3.1%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5%로 전년(1.9%)보다 낮았다. 올 1월은 0.8%였다.


문석 씨의 아내 박소연 씨는 "생활경제 뉴스가 죄다 가격인상 소식 뿐인데 즉석밥도 오르고 햄버거 가격도 오르고 도통 안 오른 게 뭔지 모르겠다"면서 "이정도까지 물가가 요동을 치면 결국 서민들의 삶만 고달파질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업 경기지수는 비교 가능한 공개 통계 지표에서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 1월 69.45에서 출발해 4월 68.98로 하락한 후 7월에는 67.41로 더 하락했다. 이후 변동없이 12월까지 계속 유지했다. 외식업 경기지수는 50~150을 기준으로 100이 초과하면 성장, 100 미만은 위축을 의미한다. 외식산업연구원은 60 후반대에 머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값 급등을 꼽았다.


영세 자영업자는 올해 1분기 경기가 2년 만에 최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인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내놓은 '지역신용보증재단 보증수혜업체 기업경기실사지수(GBSI)'를 보면 올 1분기 '경기 전망 GBSI'는 49.0으로 2016년 1분기(38.2) 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업체가 경기 호전을 예상하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다. 조사는 영세 자영업체 2500여곳이 대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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