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호르몬 다량 생산효과, 우울증 개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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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부차(Kombucha), 케피어(kefir), 템페(tempeh) 그리고 김치까지. 현재 해외에서 인기인 발효식품들이다. 발효식품이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장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만,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과 더불어 최근에는 우울증ㆍ치매와 같은 신경계 질환까지 장 건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 마디로 장이 건강해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는 결론이다.
장 건강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8대 2 정도의 균형이 유지될 때 지킬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깨지기 쉽다. 최근에는 식이 패턴의 변화가 장내 미생물 종류 비율을 변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네이처’에 실린 연구(2014)에 따르면 식물 기반의 식이를 동물성 식품으로 바꾸자, 다당류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감소하는 등 5일 이내에 장내 미생물 균총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잘못된 식습관을 형성하면 장 내 미생물을 변화시켜 장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식물기반의 식단중에서도 최대한 자연식에 가까운 식품을 먹는 ‘자연식물식’이 장 건강에 좋은 식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장 내 부패 일으키는 ‘영양과잉’=천 종류 이상의 미생물이 있는 장 내 환경은 하나의 생태계이다. 살아있는 생태계는 다른 환경으로 바뀔수 있으며, 장내 미생물은 생태계가 어떤 환경이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월간 ‘채식물결’ 발행인 이광조 식품영양학 박사는 “내가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미생물에게 어떤 장 내 환경을 제공하느냐의 문제”라며 “유익균이 잘 자라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유산균 자체를 말하는 것이지만,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산균에 줄 먹이 즉,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성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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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장 건강을 해치는 것은 영양과잉이다. 이광수 박사에 따르면 지방과 육류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에는 장 내 부패가 일어나 유익균은 감소되고 유해균은 증가하기 쉽다. 유해균이 장 속에서 우세한 세력을 차지하면 장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는 기름진 음식을 더 찾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은 장 내 부패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단 음식도 마찬가지다. 설탕등 단당류를 비롯한 과도한 칼로리 섭취, 그리고 항생제의 남용은 장 내 부패를 쉽게 일으킨다. 이광수 박사는 “열량으로 다 소비되지 못한 지방과 혈당이 혈관에 떠돌아다니면 대사질환이 발생한다”며 따라서 “같은 질량이라도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으면서 포만감이 높은 섬유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파괴되지 않은 섬유소’=장 건강과 관련된 핵심 영양소는 바로 섬유소다. 이유는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소장에서의 혈당 조절 역할이다. 섬유소는 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당류 섭취시 급격하게 올라가는 혈당을 막아준다.
두 번째 섬유소의 역할은 대장에서 일어난다. 마치 쿠션처럼 섬유소가 장 점막에서 완충작용을 하면서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다. 또한 대장으로 내려온 노폐물을 흡착해 밖으로 배출까지 한다. 섬유소의 활약은 또 있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체에서 사용되는 일명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약 90%는 장 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장을 ‘두 번째 뇌’라고 부르는 이유다. 장 내 미생물은 이 세로토닌의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섬유소가 풍부하면 장 내 좋은 환경이 유지되면서 세로토닌이 다량 생산돼 우울증도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식이섬유는 대변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이동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배변활동도 촉진시킨다.
하지만 현대인이 먹는 섬유소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현대인이 주로 먹는 고기류에는 이런 섬유소가 없다. 이처럼 중요한 섬유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식단은 완전채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영양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 (2010)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보다 완벽한 채식인의 장에서 발견되는 이로운 미생물들은 대장암등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섬유소는 열에 의해 쉽게 파괴되며, 각종 인공첨가물 역시 장 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최대한 영양소 파괴와 가공처리 없이 자연 그대로를 섭취하는 ‘자연식물식’은 장 건강에 이로운 식단이다.
전문가들은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을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2013)에 따르면 성인그룹의 장내 균총들의 추적 분석결과, 일시적으로 식이패턴을 변화하면 그 시기에는 장내 균총이 변화하지만 다시 원래의 식이로 돌아갈 경우 장내균총은 이전으로 되돌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유를 위한 일시적인 방법보다 생활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육성연 기자/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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