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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리뷰] ‘미성년’ 불륜의 색다른 조리법…김윤석이 건네오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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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

    미성년 포스터(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불륜 드라마는 재밌다. 그 재미는 원초적 자극으로부터 온다. 막장 이야기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인기가 있는 이유다. 영화 ‘미성년’도 단순하게 보면 불륜 드라마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냈다. 자극적 요소는 거둬내고 감정의 변화에 집중한다. 원초적 재미를 넘어 여운을 남긴다.

    영화 ‘미성년’은 평온했던 두 가족에게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벌어진 후를 그린다. 그 사건의 중심엔 아빠이자 남자인 대원(김윤석)이 있다. 주리(김혜준)의 아빠, 영주(염정아)의 남편인 대원은 음식점을 운영 중인 윤아(박세진)의 엄마 미희(김소진)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 심지어 미희는 대원의 아이까지 가졌다. 이 사실을 주리와 윤아가 알게 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지금 당장 tv만 틀어도 쉽게 볼 수 있는 게 불륜 이야기다. 하지만 ‘미성년’에선 불륜이라는 사건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불륜으로 인해 네 명의 여자가 겪는 감정 변화에 집중한다.

    어른들의 불륜으로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상처를 받고 끝이 아니다. 이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 어른들을 대신해서 사건을 수습하려 나선다. 반면 사건의 원흉인 대원은 상황을 회피하기만 한다. 미희는 뻔뻔한 태도로, 영주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다. 이렇게 상황을 피하기만 하니 ‘미성년’에는 불륜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자대면도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미희가 조산해서 낳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상황을 피하기만 하는 대원을 마주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이들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면 ‘미성년’이라는 영화 제목이 더 크게 다가온다. 나이로는 미성년인 아이들이 더 어른스럽다. 나이만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헤럴드경제

    미성년 김혜준 박세진(사진=쇼박스)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감독 연출작이다. 작품에선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던 김윤석의 의외성이 ‘미성년’에서 발견된다. 이렇게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사람인지 여태 몰랐다. 김윤석은 관객들이 캐릭터의 감정에 따라갈 수 있게 섬세하고 노골적이지 않게 연출을 했다. 빈틈없어 보이는 영주가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고 미희를 만날 때 올이 나간 스타킹을 신고 온다든가 아이를 낳고 몸을 푸는 와중에도 화장을 하고 괜찮은 척 하던 미희가 집으로 돌아와 라면을 먹으며 눈물을 보인다. 이런 작은 설정 하나하나가 캐릭터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김윤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채웠다. 염정아, 김소진은 말투와 톤, 감정 표현까지 빈틈이 없다. 이들이 맞붙는 장면에선 숨을 쉬기 힘들정도로 긴장감이 넘친다. 김혜준, 박세진이라는 새로운 얼굴들도 발견했다. 김희원, 염혜란, 이정은, 이희준 등은 작은 역임에도 빛난다.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이들이 주인공이다. 배우 역할도 동시에 소화한 김윤석의 찌질 연기도 백미다.

    다만 결말 부분은 극심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리와 윤아가 내린 결론이 기이하고 엽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행동을 하려고 결심한 마음은 이해가 되나 행동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팽팽하게 잡고 있던 끈이 후반부엔 어이없게 풀려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미성년’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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