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요청보다 1조 더 지원…일부 보완으론 신뢰 회복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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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의 1조6000억원 규모 지원책을 밝혔다. 당초 금호아시아나측이 요구했던 5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다. 유동성을 일부 보완하는 정도로는 신뢰를 충분히 회복하기 어렵고 그만큼 원활한 매각도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도 이번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한 신용평가사는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에서 제외할 지 여부를 이날 논의키로 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칫 비용 부족으로 촉발될 수 있는 항공기 안전 사고의 위험성도 고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 안전과 시장 신뢰를 함께 생각해서 내놓은 지원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이번 지원 결정은 국적항공사에 대해 시장의 안정감을 주려는 것"이라며 "시장성 채권들이 자연스럽게 롤오버(만기 연장)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체 지원액 1조6000억원 중 5000억원이 영구채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계속 지급하는 채권이어서 자본으로 인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7조원을 넘겨 부채비율은 650% 수준에 이른다. 지난해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목표로 했던 448.7%과 간극이 크다. 하지만 5000억원의 영구채가 자본으로 잡히면 목표 부채비율 수준을 맞출 수 있다.
물론 올해부터 운용 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부채비율이 더 올라가겠지만 일단 발등의 불은 끌 수 있다.
8000억원의 신용한도는 개인으로 비유하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 개념이다. 향후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 한도 내에서 심사해 대출 등으로 지원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성 차입금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차입금의 37%에 달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금융기관 차입이나 어음 외에 자산유동화사채(ABS) 등으로 1조원 넘는 자금을 조달했는데 신용등급 하향 조정시 조기 상환 조건이 걸려 있다.
채권단의 지원은 유동성 위기를 막는 버팀목이 된다. 당장 한 신용평가사는 이날 중으로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리스트에서 제외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원책이 나와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과 매각 작업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유동성 우려를 해소해 줌으로써 인수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셈이다.
3000억원가량은 아시아나항공이 항공기를 빌려온 리스회사에 대한 예비 보증금으로 책정됐다. 항공사 경영이 악화되면 리스회사가 추가로 보증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달리 주로 리스를 통해 항공기를 운용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항공기 82대와 엔진 30대를 리스해 운용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지원책은 국적항공사의 원활한 운영 측면을 고려했다"면서 "아무래도 경영이 어려워지면 항공기 정비 등 안전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광주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중 타이어 손상 등을 들어 항공기 안전 전반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한다고 지난 21일 밝힌 바 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급한 불을 끄게 됐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이 MOU를 체결하게 되면 매각절차도 본격화될 것 같다"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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