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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경 가성비 논란…"경기진작 위해선 SOC 등 투자 늘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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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지원·실업급여 빼면 경기대응 예산 2조원대로 ‘뚝’
"경기하강 압력 줄일 목적이라면 추경 규모 확대 했어야"

정부가 24일 발표한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은 경기 대응 효과에 의문표를 달고 있다. 금융 기관 출자나 보조금 지급이 많고 투자 비중은 낮아 경제에 직접 자극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경 규모가 6조7000억원로 과거에 비해 작은 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도 낮아 경기 부양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2015년 이후 4년만에 적자국채를 발행하며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정치적 부담을 감수한 것에 비해 추경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갖고 6조7000억원 규모의 2019년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안전 분야에 2조2000억원, 선제적 경기 대응 및 민생대응 긴급 지원에 4조5000억원이 각각 편성됐다. 그런데 경기 대응 예산 가운데 다수가 금융 지원 및 관련 금융기관이나 지원 제도 자금 확충이다.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에 총 3200억원가량을 신규 출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벤처 기업 지원 혁신창업펀드 확충(1500억원), 관광 산업 투융자 지원 확대(370억원) 등이다. 자동차·조선업 중기 긴급자금(1000억원), 소상공인 상대 융자자금 확충(2000억원) 등 각 부문마다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어김없이 금융 지원이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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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밝힌 추경 내역 가운데 명시적으로 금융 지원 사업임을 알 수 있는 것만 추려도 7000억원에 달한다. 경기 대응용 예산 가운데 15.6%에 달한다. 실제 사업 가운데 다수가 금융 지원 형태이기 때문에,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기재부 안팎의 설명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자가 늘어나는 데 발맞춰 늘어난 실업급여(8210억원), 내일배움카드(실업자 직업훈련 지원·1600억원) 등 사실상 ‘경직성 지출’에 해당되는 것까지 제외할 경우 실제 경기 대응용 직접 지출 규모는 2조원대로 뚝 떨어진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금융 지원은 효과를 금방 낼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재정적 대응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금융 지원은 민간 소비나 투자 제고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경기 자극을 주게 되는데, 경기 침체기에 금융 지원을 늘린다고 민간 투자가 그만큼 증가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융 지원은 중장기적 수단으로 고려할만한 정책들"이라는 얘기다.

기존에 실시되던 보조금 정책을 확대한 것이 많다는 것도 추경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이유다. 고용 대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청년 추가고용보조금’ 확대(2900억원)가 대표적이다. 일자리 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직접 고용 사업은 노인 일자리 2개월 연장 및 인원 확대(1000억원)이 유일하다. 미세먼지 대책도 주로 노후 경유차, 건설기계, 노후 가정용 보일러 교체 보조금에 예산이 몰려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6조7000억원 가운데 정부의 직접 고용 및 투자는 3조원에 못 미치는 규모"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자본 지출에 비해 융자, 단순 경상 이전 등은 재정승수(정부 지출 일정액당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비율)가 낮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추경으로 인해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0.1%포인트(p) 증진될 것’이라는 정부 분석에 대해서도 "실제 효과는 그보다 작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8년도 추경 예산(3조8000억원)의 경우 성장률 제고 효과가 0.06%p 정도로 측정됐는데. 올해 추경은 작년보다는 높겠지만 정부 예측치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고려하면 0.07~0.08%p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하강을 돌파하려고 했다면 추경 예산 규모를 좀 더 확대하고,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SOC, 자본 투자를 늘렸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다소 악화되는 것을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톨한 경기 활력 제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된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이 한국 정부에 권고한 9조원(GDP의 0.5%)에 못미치는 규모를 편성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한 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IMF가 권고한 9조원 이상으로 추경이 편성됐다면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되려했다는 정부 의지가 읽힐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다는 명분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무엇을 위해 추경을 편성했는지’ 목적 의식이 불투명해지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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