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힘이 세다. 선언은 메시지이자 목표다. 생각은 말을 통해 구체화되고 무게를 얻는다. 야구의 말도 다르지 않다. 시즌을 앞두고 세운 여러 숫자들은 목표가 되고 동기 부여가 된다.
SK 투수 강지광은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제 역할을 바꿨다. 히어로즈에서 SK로 이적해 다시 투수가 됐다. 방망이를 내려놓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인천고 후배들에게 타격 관련 장비들을 모두 물려줄 때도 가슴 한구석에 미련이 남았다. 공 던지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배팅 훈련장에 들어가 방망이를 들었다.
강지광은 시속 155㎞를 쉽게 던진다. 투수는 구속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깨닫고 있다. 강지광은 “투수는 특별한 포지션이다. (김)광현이 형을 보고 있으면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강지광은 “광현이 형은 말에 실패가 없다”고 했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목표가 돼 성공으로 이어지면 말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강지광이 투수와 타자의 갈림길 가운데서 흔들릴 때 이를 잡아준 것도 ‘말’이었다. 강지광은 “다들 믿지 않겠지만 기도를 하다 ‘마운드가 너의 자리’라는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말은 힘이 됐고, 강지광은 1승1패, 2홀드를 기록 중이다. 2군에 내려갔다 온 뒤 최근 6경기에서는 35타자를 맞아 볼넷을 2개밖에 주지 않았다.
‘말’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감독의 한마디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갖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나도 모르게 ‘번트 띄우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면, 팀 전체가 번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했다. 번트의 목표는 주자의 진루인데, 감독의 한마디 때문에 번트의 목표가 띄우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 이 감독은 “팀 전체를 향한 말은 ‘잘한다’ ‘좋다’는 말 외에는 가능한 아끼고 있다. 필요한 말이 있으면 코칭스태프에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말은 선이고, 규칙이고, 팀을 가두는 틀이 될 수 있다.
LG의 한 코치는 “솔직히 LG는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분위기가 많았다. 서로 얘기가 많지 않다. 경기 중 실수가 나오면 실수한 선수는 고개 숙이고, 다른 선수는 애써 모른 척하는 분위기였다. 그게 서로를 위해 주는 거라고 여겼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실수를 하면 혼나든 격려받든, 미안하다고 얘기하든 어떻게든 풀고 가는 게 다음 플레이에 좋다. 그걸 김현수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말의 힘이다. 지난해 LG는 8연승 뒤 8연패를 하면서 흔들렸다. 올해는 그 흐름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말의 힘’을 가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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