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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3 (금)

    [녹색세상]서울시장 후보의 전국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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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8월22일자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실렸던 황규관 시인의 칼럼 ‘서울을 위하여’를 흥미롭게 읽었던 게 생각난다. 그는 그해 여름 서울에 쏟아진 폭우와 정치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개발 만능주의가 기후위기를 재촉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의견은 서울, 정확히는 수도권 전체를 축소하지 않으면 자연재해는 계속 증강할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개발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국이 ‘함께 삶’이 가능하도록 서울 축소를 정치적·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수단으로 서울시장을 전 국민이 뽑을 것을 제안했다. 황 시인의 주장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어쩌면 매우 현실적인 진단이었다.

    또다시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서울시장 후보들도 앞다투어 공약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예비후보들은 서울만 더 잘 살게 만드는 말잔치를 벌인다. 충분히 잘 사는 서울에 더 좋은 아파트단지와 더 좋은 교통망을, 그나마 긍정적인 경우엔 서울 시민들 사이의 평등 증진을 말한다. 그러나 전국에서 서울이 갖는 특별함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몇해 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여러 도시에서 ‘도넛 경제학’을 실험하고 있다.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의 이론을 적용한 것인데, 삶의 존엄성 보장과 관련된 경제적 지표들과, 지구 시스템의 지속성과 관련된 생태환경적 지표들을 균형 있게 충족하는 방식을 도출하도록 한 것이다.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번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위한 수단이 다른 나라의 지역과 사람들한테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파악하여 암스테르담의 ‘도시 초상화’를 작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도시계획과 행정에 반영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 참가한 공무원과 시민들은 암스테르담 혼자만 잘 살 수 없고, 시의 변화가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

    서울의 도넛을 그려본다면 결코 좋은 상태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더 많은 개발과 서울만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몇십년 후의 도넛도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당선이 중요한 서울시장 후보들이 서울의 도넛과 초상화에 신경 쓸 동인은 거의 없다.

    황 시인의 제안처럼 전 국민이 서울시장 투표에 참여하기란 제도적으로 힘들다. 그러나 우회적 방법은 있을 것 같다. 서울시장 후보를 포함하여 수도권 단체장 후보들에게 전국 공약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자신의 공약이 전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상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방안을 제출하라고 하는 것이다. 전국의 에너지 수급, 쓰레기 처리, 편리한 교통망, 지방소멸 해소, 청년 일자리와 노년의 복지, 그리고 시민의 자긍심을 위해 서울시가 할 역할을 적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에 원전을 건설할 수 없다면 서울시가 핵폐기물 처분 비용이라도 더 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수도권 시민만 편리하게 공항을 이용하는 게 맞는지 등 모든 토론이 일어나야 한다.

    서울시장을 포함한 수도권 후보들에게 공보물의 한 면을 전국 공약에 할애할 것을 제안한다. 서울시와 수도권은 그만큼 특별하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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