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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3 (금)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한 불안한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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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오래전 어느 신문의 청탁으로 <총균쇠>의 독후감을 실은 적이 있다. 짤막한 그 글의 서두는 이랬다. “아메리카는 아메리카이고, 유럽은 유럽이다. 말하고 보니 그저 지도처럼 조용하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인이, 아시아에는 아시아인이 산다고 해본다. 한 글자를 추가했을 뿐인데 삶에 들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발밑이 떠들썩해진다.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이란 얼마나 묘한 함수인가. 그리고 그 인간이란 함(函)에 들어갔다 나오면 세계는 얼마나 난해한 방정식으로 변하는가.”

    그 책에서 배운 바는 많았다. 혀로 더듬으면 개펄처럼 우툴두툴한 입천장. 이건 나도 바다에서 올라왔다는 증거일까. 물에서 뭍으로 올라온 생명이 몸을 얻고 동굴에서 뛰쳐나와 여섯 대륙으로 흩어진 인류. 나라마다 고유한 문명은 몇몇 공통의 결절점이 있다.

    야생의 식물을 논밭에 가둔 작물화. 이제 곡식을 찾아 거친 땅을 헤맬 필요가 없어졌다. 현명한 농부는 이랑법도 도입했다. 대지에 물결을 끌어들인 것. 씨알 굵은 소출은 저 거친 파도 같은 이랑 덕분이다. 야생의 동물을 우리에 가둔 가축화. 사냥하다가 고기맛을 알아버린 인류의 선택이다. 오늘날 1시간 남짓에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에 또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건 이런 덕분이다. 급기야 집을 밀집한 공간에 가둔 도시화. 병균이 창궐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이로 인해 인류는 비약적으로 발전이라는 것을 이루었다. 이뿐인가. 빛을 시험관에 가두어 세계의 근원을 밝혔고 벼락이나 번개를 전기로 가두고, 나아가 양자역학에 기반한 현대문명을 이룩했다. 또한 생각은 문자로, 그 글은 책에 갈무리하여 일이관지한 사상의 축적을 꾀한 것도 이런 가두기에 능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안으로 가두고 순치시켜 제 지휘 아래 둔 덕분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랬던 인류가 맞이한 인공지능(AI)의 시대. 컴퓨터에 가두었던 생각이 기계를 벗어나 육체까지 얻는다. 스스로 분화하고 조직하는 창발적인 인공지능이 어느 임계점을 돌파한다면, 인류 공영의 대의가 경쟁심도 가둘 수 있을까. 중동의 아찔한 전쟁에는 벌써 AI가 투입되었다는 소식. 리모컨을 들다가 뉴스가 불안해서 통제불능의 어둠을 바라보는 밤.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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