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자영업자 돈줄 마르는데…기업에만 자금길 터준 금융당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新 은행 예대율 규제…법인대출만 우대하고 소호대출은 소외

    자영업자 체감 경기 급속도로 냉각…소호대출도 취약업종은 예대율 우대해 숨통 터줘야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악화되는데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에서 법인대출만 우대, 영세 자영업자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에 자영업자 지원을 강조하면서 정작 제도적인 자금 공급 활성화에는 인색해 '엇박자' 논란도 제기된다. 취약업종이나 생산적인 업종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자영업자에게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계대출 가중치 15% 상향, 기업대출 가중치 15% 하향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은행 예대율 규제가 시행된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데 예금을 더 많이 조달해야 하는 가계대출보다 예금을 덜 조달해도 되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효과가 예상된다.


    문제는 기업대출 예대율 규제에서 법인대출만 기준을 완화하고, 개인사업자대출은 종전과 같은 100%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숙박ㆍ음식업, 도ㆍ소매업, 건설업 종사자는 자영업자들이 많은데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며 돈줄이 말라 고사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사업자대출도 법인대출과 동등하게 예대율 규제를 완화해 자금을 공급토록 하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새 예대율 규제를 발표한 지난해 1월과는 시장 상황도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진정됐다. 반면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여파로 자영업자 체감 경기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예대율 규제를 업종별로 완화해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ㆍ임대업 대출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가계대출 성격이 큰 부동산ㆍ임대업은 빼고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포용적,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 예대율 규제를 완화,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돈줄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을 찾을 경우 금리 부담 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예금은행의 전체 산업별대출금 증가율은 부동산업이 1년동안 11.5%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이 많은 건설업은 -4.4%, 도ㆍ소매업은 7.3%, 숙박ㆍ음식업은 6.6% 증가해 부동산업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현재 전 금융업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중 부동산ㆍ임대업 비중은 50% 수준으로 올라왔다. 대출잔액 비중은 부동산ㆍ임대업이 크지만 차주수 비중은 숙박ㆍ음식, 도ㆍ소매업이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중 음식, 도ㆍ소매업 차주수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예대율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예대율 규제 도입 과정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개인사업자대출 관리가 필요해 그렇게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특별히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는 중립적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