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현실을 고려할 때 신기술 개발·확산이 절실하다.”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마을에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모내기가 한창인 농번기 들녘에서 무인 이앙기를 직접 조작해 모내기한 뒤 꺼낸 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옥산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며 농업인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는 이 장관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주낙영 경주시장,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옥산4리 이장을 비롯한 옥산마을 주민 40여 명도 자리했다.

문 대통령의 대구·경북 방문은 지난 3월 22일 7번째 지역 투어로 ‘대구 로봇산업 육성전략 보고회’ 참석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청와대는 경주 안강읍을 대통령 방문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안강읍이 경주의 대표적인 쌀 주산지이고, 이곳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한 옥산서원이 있다. 무엇보다 마을 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주낙영 시장으로부터 마을 현황과 경주시 농업 현황 등을 보고받고 근처 논으로 이동해 주민과 함께 이앙기를 조작하며 모내기를 했다. 모내기 현장에선 최근 많이 활용되는 농업용 드론이 비료를 살포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모내기를 마치고 마을 부녀회가 새참으로 준비한 국수와 막걸리를 먹으며 주민들과 대화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식량을 원조받던 국가에서 식량을 원조하는 나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농업인의 헌신적 노력과 희생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자율주행 이앙기를 직접 작동해 모내기해 눈길을 끌었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농민이 따로 운전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직진하면서 논에 모를 심는 ‘스마트 농기계’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아 ‘무인 이앙기’로도 불린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처럼 농민이 모 심는 일 외에 다른 일을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진 농기계다. 정해진 위치에 모판을 싣고 모판이 빌 때마다 채워 주기만 하면 알아서 모내기가 이뤄진다. 기존에는 운전하는 사람과 모내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피는 사람 등 2명이 필요했다.

자율주행 이앙기는 직진 운행을 하면서 정확한 간격으로 모를 심고 비료까지 살포할 수 있다. 농사일에 서툴더라도 전문가 수준의 작업이 가능해져 인건비는 줄어들고 작업 효율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4차 산업 기술과 농업의 결합이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된 농촌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혁신 기술로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8 농업·농촌경제동향』을 통해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신규 인력 부족,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인한 경쟁 심화, 수익성 악화 및 불확실성 증가가 투자 정체로 이어져 실질 농가소득의 정체, 생산성 정체, 민간 혁신역량 약화 등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맞춘 스마트농업의 실현으로 우리 농업의 현안을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경주에서 자율주행 이앙기와 드론을 이용한 비료 살포를 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농번기에 부족한 일손을 덜 수 있게 농업의 기계화·첨단화에 노력해 달라”고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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