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천 재활용 업체서 라면박스 3분의1 분량
경찰 범행동기·살해과정·유기장소 2주 넘게 못 밝혀
국과수 "피해자 혈흔 검사결과 약독물 반응 없어"
고유정 "우발적 범행", 전문가 "전 남편 적대감"
지난 5일 인천시 서부지역 재활용업체에서 증거물을 수집 중인 경찰들. 이곳에서 제주 전 남편 살인 피해자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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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부경찰서는 9일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 업체에 보관중이던 물건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물체 여러 개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DNA)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 후인 지난달 28일 제주~완도행 여객선 경로 해상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 주거지 등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왔다.
경찰은 이 뼛조각 추정 물체가 소각된 상태라 사람의 뼈인지, 사람의 뼈가 맞다면 피해자의 것인지 확인해 달라고 국과수에 요청했다. 다만 경찰은 이 물체가 고온 소각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유전자를 추출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물체가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진 뒤 김포지역 소각 시설에서 소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소각 물품은 재활용업체가 수거해가 재분류한다. 경찰은 또 고유정이 머물렀던 펜션 하수구에서 머리카락 58개를 찾아 감식을 의뢰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2주가 다 되도록 경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가 왜 전 남편을 죽였는지, 어떻게 자신보다 큰 체격의 남편을 제압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또 이 사건 석 달 전 충북 청주에서 네 살배기 의붓아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알려지면서 그를 둘러싼 의혹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인천시 서부지역 재활용업체에서 증거물을 수집 중인 경찰들. 이곳에서 제주 전 남편 살인 피해자의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물체 다수가 발견됐다. [제주동부경찰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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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동기도 미궁이다. 고유정은 경찰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년 전 강씨와 이혼했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6살 아들은 제주도에 있는 고유정의 친정에서 살고 있었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유족들의 주장으로 미뤄볼 때 고유정은 이혼 뒤에도 강씨에게 아들을 보여주지 않는 등 심리적으로 괴롭힘을 주려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며 “아들 양육권을 잃게 됐을 경우 강씨를 조종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조사 중인 제주 전남편 살인 피의자 고유정. 최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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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고유정의 네 살배기 의붓아들이 숨진 사건도 수사 하고 있다. 숨진 아들은 현 남편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고유정과 재혼한 남편은 모두 제주도 출신이다. A씨는 제주도 친가에 살던 아들을 지난 2월 28일 청주로 데려왔다. “질식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를 받았지만 뚜렷한 타살 혐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범행의 잔인한 수법으로 볼 때 고유정은 이혼 후에도 전남편에 대한 적대감이 높았던 것 같다”며 “현재의 혼인 관계에 있는 남편의 자녀가 의문사하면서 결혼 생활에 불화가 생겼고, 이런 갈등의 원인이 전남편과 이혼하면서 벌어진 일 때문이라는 피해의식이 범죄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제주·청주=최충일·최종권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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