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평범한 플레이의 연속이다. 온몸을 던지는 화려한 다이빙 캐치보다 미리 움직여 기다렸다 잡아내는 게 훨씬 좋은 플레이다. 메이저리그를 다녀온 일본 내야수 니시오카 쓰요시는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경기 전에 땀 흘리는 스포츠야.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몇천, 몇만 번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중략). 야구란 건 힘들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해야 하니까.”
야구는 생각하고, 예상하고, 준비하고, 대비하는 종목이다. ‘이럴 땐, 이렇게 해야지’라는 준비가 멋진 플레이를 만들어낸다.
류현진이 2019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는 것 역시 치밀한 준비 덕분이다. 시즌 내내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고, 그 준비가 결과를 낳는다. 류현진은 현지 인터뷰에서 “지난해 허벅지를 다치면서 깨달았다. 아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그 준비들 덕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전 투수로서의 준비도 치밀해졌다. 상대타자의 약점을 분석하고, 미리 시뮬레이션해 마운드에 오른다. 지난 5일 애리조나전 선발 경기 때는 경기 시작 직전까지 더그아웃 앞 잔디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 화제가 됐다. 머릿속으로 타자들과 미리 승부를 다 해보고 마운드에 오른다. 초반 위기를 버틴 뒤 땅볼 아웃 15개를 끄집어낸 것은 그 준비의 결과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투수 중 하위 10%의 구속과 하위 12%의 회전수를 갖고도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준비와 노력으로 증명하고 있다.
KBO리그 롯데는 꼴찌로 떨어졌다. 10일 현재 승률이 0.354(23승42패)밖에 되지 않는다. 창단 이후 3번째로 낮은 승률이다. 2002년 승률 0.265, 2003년 승률 0.300보다는 높다. 2002년 10월19일 사직 롯데-한화전 관중 수는 69명이었다.
시즌 전 준비가 부족했다. 구멍 뚫린 선발진도, 비어 있는 포수도 ‘성장’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출발했다. 흔들린 선발은 그나마 장점이던 불펜도 흔들었다. 주전 포수는 아직도 없다. 성적은 추락했다.
반전카드로 여겨졌던 외인 투수 헨리 소사 영입전에서도 먼저 준비하고도 SK에 밀렸다. 총액 제한 시장에서 몸값 상한선은 정해져 있었다. 롯데는 부랴부랴 경기 외적인 여러 가지 ‘당근책’을 준비했지만 SK의 오랜 준비에 이겨내지 못했다. SK는 기존 외인들인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제이미 로맥 등의 성공 사례를 차근차근 설명하며 “이것이 SK가 외인을 대하는 시스템과 방식”이라고 설득했다.
미래의 가능성은 과거의 준비로 증명된다. SK는 과거의 준비로 미래를 보여줬고, 롯데는 감점을 당했다. 3번째 시즌을 뛰는 로맥의 연봉은 105만달러, 5시즌째 뛰는 레일리의 연봉은 117만달러다. 돈 문제로 롯데를 떠난 조쉬 린드블럼은 올해 두산에서 최대 192만달러를 받는다.
롯데 외인 중 행복한 사례가 없다. 못하면 버렸고, 비싸지면 버렸다. 소사가 SK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14년 전 여름, 이듬해 신인을 위한 드래프트에서 2차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는 류현진 대신 나승현을 선택했다. 류현진이 불량하다더라, 아버지가 조폭이라더라라는 미확인 소문이 근거였다. 과거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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