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및 유기 혐의를 받는 고유정 .연합뉴스 |
6살배기 아들을 만나러 온 전 남편을 제주에서 처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범행 후 범행도구를 환불받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는 고씨에게 강박증이 있었으며 상황에 대한 과도한 통제력이 살인으로까지 이어졌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변호사 “아이도 고씨에게 소유욕의 대상… 분노 극에 달했을 듯”
심리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고 밝힌 노영희 변호사는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고씨가 2017년도에 이혼을 하며 2년 넘게 면접교섭권 소송을 끌어왔다고 전했다.
노 변호사는 “(남편이) ‘아기 좀 보여줘라’고 하니까 안 보여줘서 (면접교섭권) 소송을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고유정이 소송을 2년 넘게 끌고 3~4번씩 재판에 안 나오며 상대방을 괴롭혔다”며 “그 과정 중에 본인은 어쨌든 재혼도 하고, 새로운 삶을 꾸리면서도 아기는 자기가 키운 것도 아니면서 주기 싫어했다. 이 아이가 사실은 고씨의 소유욕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법에 따라 남편에게 아기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고씨에게 분노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노 변호사는 “(남편이 고씨의) 통제력을 결과적으로 뺏은 거가 된다. 자기가 이 상황 전체를 통제해야 하는데 그걸 뺏은 것. 그러면 그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정이 극에 달한다”며 “아이를 보러 가는 날, 아빠는 너무 행복해서 가지만 엄마는 보여주기 싫은 걸 억지로 지금 해야 되는 거라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게 아니었나”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범행에 쓸 목적으로) 표백제를 샀다가 2만6000원 어치를 반납했는데 그렇게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시신 옆에 있었다는 것 때문에 찜찜해서 표백제를 반납했다고 했다”며 “아주 이만큼의 (찜찜함도) 자기는 못 받아들인다는 거다. 결벽증이 있거나 뭔가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
◆가족·이웃 “고유정, 친절하고 배려심 있던 성격… 그럴 거라 전혀 생각 못 해”
한편 고유정의 가족과 이웃은 그가 평소 친절하고 배려심 있어서 그런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실화탐사대’의 방송 예고편에 따르면 제작진은 고유정의 친동생과 고유정이 체포 직전까지 거주했던 청주의 한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고유정의 평소 모습에 대해 전해 들었다.
고유정의 동생은 제작진에 “누나가 그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착하고 배려심도 있고,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웃 주민들은 “(고씨는) 인사하면 받아 주고, 먼저 인사하기도 하고,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왜 그랬지”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12일 검찰에 송치, 얼굴 가리고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한편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를 살인·사체손괴·사체유기·사체은닉 등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고씨는 지난 5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돼 마스크나 모자 등을 쓰지는 않았지만,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는 방법으로 스스로 얼굴을 가렸다.
피해자 유족들은 고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얼굴을 들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막아서는 경찰에 “살인자를 보호하는 것이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고씨는 경찰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시선을 땅으로 고정하고 “왜 피해자를 살해했느냐”, “범행을 후회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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