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목표 1위 철회 하루 만에 신규 노트북 출시 취소
화웨이 소비자부문 CEO "美블랙리스트 제재 때문" 토로
"현 상황서 공급 불가…美제재 지속 기간이 관건" 시인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 포기..2위도 애플에 내줄 판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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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 태풍의 눈이 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블랙리스트’ 제재 한 달 만에 피해가 커지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문제와 부품 조달 차질로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도약 포부를 접은데 이어, 신규 노트북 출시마저 사실상 포기했다.
화웨이의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리처드 유는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계획하고 있던 노트북 ‘메이트북’ 시리즈의 신제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물건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상무부가 자국 기업들이 화웨이 및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막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미국이 본격적인 ‘화웨이 때리기’에 나선 이후 신제품 출시를 취소한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다. 제재 한 달 만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 CEO도 “거래제한 제재가 얼마나 오래될 것인지에 따라 (신제품 출시 여부)도 달려 있다”고 시인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다. 미국산 부품 또는 기술을 25% 이상 사용한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대북, 대이란 제재 등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무기한 출시가 연기된 메이트북 엑스 프로(Matebook X Pro)는 화웨이가 만든 최고 사양 노트북이다. P30 시리즈 스마트폰과 더불어 화웨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 체제와 인텔 칩을 사용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업체로 잘 알려져 있고 실제 해당 사업을 기반으로 지난 30여년 간 성장해 왔다. 하지만 현재는 노트북, 스마트폰 등 소비자 사업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팔아 벌어들인 매출이지만, 화웨이 자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PC 제조업체가 되고 싶어한다고 CNBC는 전했다.
문제는 화웨이가 만든 대부분의 제품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부품이 쓰인다는 점이다. CNBC는 “소비자 부문 제품들은 상당수가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은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고 부품 자급률을 높여 대응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많은 부문 및 부품 등에 미국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전날에도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대폭 낮췄다. 올해 안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도 접었다. 미국의 제재 이후 목표 달성까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역시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영향이다.
샤오양 화웨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CES아시아 첫 날 기조연설에서 “당초 올해 10~12월 분기(4분기)에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샤오 CSO는 목표를 수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의 제재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지난해 2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화웨이는 지난 4월 “올해에는 2억5000만대를 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 일본 등지의 통신업체들이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을 팔지 않겠다거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시장에선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대 24%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화웨이가 다시 시장 점유율 3위로 내려앉고 애플이 2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샤오 CSO는 “지금이 대혁신을 이룰 수 있는 적기다. 사람들은 5G를 바라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을 보고 있다. 용감한 자들만이 승리해 역사의 새로운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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