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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마지막 12개 홀에서 6개의 버디...우즈의 아쉬운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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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4R 초반 보기 4개… 결국 2언더파 공동 21위로 마쳐

마지막 12개 홀에서 타이거 우즈(44·미국)는 팬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우즈처럼 경기했다. 초반 4개의 어이없는 보기 뒤에 6개의 버디를 쏟아 부었다.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대회였지만 언더파 스코어(2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우즈는 밝은 표정으로 모자를 벗고 "땡큐!"를 연발했다. 우즈를 응원하고 "타이거"를 외치는 즐거움으로 온듯한 대부분 팬들의 환호성 소리는 한참동안 줄지 않았다. 한때 4오버파 하위권으로 추락했던 우즈는 2언더파 282타를 기록하며 공동 21위로 대회를 마쳤다. US오픈이 페블비치에서 다시 열리는2027년에 우즈는 52세가 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제119회 US오픈이 막을 내린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1·7075야드). 1919년 개장한 이 골프장의 100주년을 맞아 열린 US오픈에 대한 우즈의 기대는 컸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재기한 우즈가 다시 한번 기적의 드라마를 빚어내길 바라는 팬들 기대는 더 컸던 듯 하다. 우즈가 경기하지 않는 곳에서도 "타이거"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페블비치는 19년전 팔팔하던 스물 다섯 우즈가 혼자 언더파 스코어(12언더파)를 쓰며 2위(3오버파)를 15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던 ‘인연의 땅’이었다. LA인근 출신에 코스에서 멀지 않은 스탠포드 대학에 다녔던 그에게는 홈코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컷탈락하고 두 라운드만에 짐을 쌌던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기 전 "2000년과 같은 몸 상태는 아니지만 누구도 19년 전과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던 그의 말은 일종의 예언처럼 작용했다. 여전히 허리 수술 후유증이 남아있는 그는 한국의 초봄이나 늦가을에 가까운 쌀쌀한 날씨에 경기 초반 힘을 쓰지 못했다. 페블비치는 1~7번홀에 쉬운 홀들이 몰려 있어 우승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은 서너타씩 줄이고 갔다. 하지만 우즈는 오히려 타수를 잃고 갔다. 4라운드에선 1·2번홀 연속 보기에 이어 5·6번홀에서도 연속 보기를 했다. 티샷부터 아이언 샷, 퍼트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우즈의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지자 현지 방송 아나운서는 "타이거가 타이거같지 않다"고 했다.

부상에 신음하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우즈의 경기 흐름은 페블비치의 상징과도 같은 7번홀(파3)부터 빠르게 바뀌었다. 7·8번홀 연속 버디로 흐름을 바꾼 우즈는 13·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다.
특히 13번홀(파4)에서 12 m가 넘는 버디 퍼트를 넣고는 손으로 혀의 침을 묻히는 익살을 부렸다. 우즈의 이런 흐름과 모습이 1라운드에 나타났다면 이번 대회 양상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우즈는 16번홀(파4)에 이어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대회를 마쳤다. 우즈는 "초반 흐름이 나빴지만 포기하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마쳐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세개의 메이저 대회를 마친 가운데 우즈의 경기력은 건강, 그리고 집중력과 관련있어 보인다. 마스터스 이후 다른 대회를 전혀 치르치 않고 참가한 PGA챔피언십에선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연습라운드를 돌다 감기에 걸려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전 같은 건강은 아니다. 날이 추우면 허리와 목 등 여기 저기 쑤시는 곳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바텐더가 지난해 말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이후 송사가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쌀쌀한 날씨 속에 체력이 고갈되는 대회 최종일 마지막 12개 홀에서 6개의 버디를 쏟아내는 능력은 우즈가 아직은 마스터스처럼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은 다음달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가 보유한 메이저 최다승 기록(18승)을 3승 차이로 쫓고 있다. PGA 투어 승수는 통산 81승으로 샘 스니드의 최다승(82승) 기록과 1승 차이이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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