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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난임 시술 2회까지 회당 300만원, 셋째 출산하면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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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SB선보

    조선일보

    김동환 기자10일 부산 사하구 SB선보 다대1공장 스마트라운지(휴게실)에서 SB선보 직원과 그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SB선보는 2008년 중소기업으론 최초로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 ‘가족 친화 기업’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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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친환경 선박 기자재 업체인 SB선보의 장철민(45) 기획팀장은 2017년 결혼해 이듬해 첫째 아들 대원이를 얻었다. 당초 가족 계획은 첫째뿐이었지만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둘째를 갖고 싶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나이가 마음에 걸려 고민이 됐다. 그때 회사의 난임 시술비 지원 제도가 눈에 들어왔다. SB선보는 2014년부터 난임 시술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현재 회당 300만원까지 총 2회 지원한다.

    장 팀장은 회사 지원 덕에 치료비 부담을 덜었고 노력한 지 5년 만에 결국 쌍둥이 두 딸을 얻었다. 그는 “지금은 다섯 식구가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면서 “가족만 있으면 밥을 안 먹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B선보는 지난 10월 본지 저출생 극복 캠페인 ‘아이가 행복입니다’ 부산 행사에서 ‘출산 친화 기업’으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출산·육아 친화적인 근로 환경 조성과 여성 고용 확대를 핵심 경영 가치로 삼고, 관련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8년엔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에서 ‘가족 친화 기업’ 인증도 받았다. 중소기업 최초였다고 한다.

    1986년 남영공업으로 출발한 SB선보는 국내 대표적인 조선 중견 기업이다. 조선업계 ‘빅3′로 불리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 ‘모듈 유닛(배 부품을 블록처럼 만든 것)’을 공급한다. 올해 7월 선보공업·선보유니텍·선보하이텍·선보피스 등 4개 계열사를 ‘SB선보’로 합쳤다.

    SB선보에는 장 팀장 외에도 난임 시술 지원을 받은 직원이 여럿이다. 설계팀 오세준(46) 책임은 2019년에 늦깎이 결혼을 했다. 결혼이 늦었지만 ‘아이를 꼭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는 네 차례 시도 끝에 첫째 아이를 얻었다. 올해는 자연 임신으로 둘째 아이까지 찾아왔다.

    PCS생산팀 김일권(37) 선임은 스물아홉 살에 결혼했지만 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고민이 깊어지던 시기에 회사 도움을 받았다. 난임 시술을 두 번 시도했는데, 기적처럼 임신에 성공했다. 아들 보윤이가 지난해 그렇게 찾아왔다. 김 책임은 “보윤이를 만나면서 비로소 우리 가족이 완성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각종 축하금 제도도 있다. 출산 축하금은 첫째 1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1000만원이다. 아이가 첫돌을 맞으면 금으로 만든 돌반지를 준다. 자녀가 학교에 들어갈 때는 초등학교는 50만원, 중학교는 100만원, 고등학교는 150만원, 대학생은 300만원의 입학 축하금을 준다. 고등학생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지 않아도 100만원의 졸업 축하금을 준다. 대학생 자녀에게는 학기당 100만원의 학자금을 지원한다. 장애 아이를 둔 경우에도 매년 100만원의 수당을 준다.

    임신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직원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정착된 점도 직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인 경우 하루 근무 시간을 2시간 줄여달라고 회사에 요청할 수 있다. 이때 근로 시간은 줄어들지만 임금은 줄지 않는다. SB선보는 임신 12주 이후~32주 이내에도 임신부가 근무 시간을 1시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회사가 나서 임신부를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첫째를 낳은 비서팀 김자영(29) 선임은 “입덧으로 고생할 때도 그날 몸 상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해 줬다”고 말했다. 2023년 출산한 영업팀 이수진(33) 선임은 “육아휴직을 앞두고 걱정을 했는데 상사와 동료들이 ‘걱정 말고 편하게 다녀오라’며 오히려 응원을 해 줬다”며 “덕분에 부담 없이 아이를 맞이하고 육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조선업 특성상 출근 시간이 이르다. 오전 8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 정규 출퇴근 시간이다. 대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가족의 날’을 계속 늘리고 있다. 지금은 매주 월·수·금이 ‘가족의 날’이다. 입사 기념일과 본인 및 배우자 생일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로 오전 근무만 하도록 한다. 직원 자녀들을 초청해 케이크를 만들거나 함께 체육 대회를 하는 등 가족 참여 행사도 꾸준히 열고 있다. 최금식 SB선보 회장은 “직원 행복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로, 다시 고객 행복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사람이고, 직원과 직원 가족 행복을 책임지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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