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2 (금)

    [일사일언] 소규모 건축의 반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중앙선 철길을 따라 걸으면 종잇장을 접어놓은 듯 위태롭게 보이는 기이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어라운드’<사진>라 이름 붙여진 이 건물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모퉁이의 못생긴 이형의 대지에 삼각형 볼륨을 1.2m씩 북측 면으로 옮겨 쌓고 창이 없는 벽으로 기찻길의 소음을 막았다. 그 덕에 남쪽 면은 일사량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건물이 됐다.

    조선일보

    푸하하하 프렌즈의 서울 연남동 '어라운드'(민서홍 필자 제공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젊은 건축가 그룹 ‘푸하하하 프렌즈’의 재기 발랄한 작품이다.건물을 지을 반듯한 땅이 거의 남지 않은 서울에서 어라운드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건축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형의 대지에 건축법이 허용하는 건축면적과 연면적을 채우면서도 삼각형 평면은 자투리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한 뼘도 낭비하지 않고 정원과 주차장, 건물을 감고 올라가는 계단 등으로 채우면서 전체를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신민재 건축가가 이야기한 ‘땅은 잘못 없다’는 주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치밀하고 신박한 계획이다.

    소규모 건축은 중요하다. 다가구, 다세대, 근생 건물들이 우리 도시의 환경을 잠식하여 모두가 알고 있는 오늘의 저층 주거지를 무색무취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어라운드는 연남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명한 스타 건축가들의 훌륭한 작품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건축을 책임지는 건축가들이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할 때 우리나라의 건축계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다.

    보통의 건축이 한 나라의 건축 문화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가까운 나라 일본의 작은 동네를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이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를 8번, 공동 수상자를 포함하면 9명이나 수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K컬처가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지금, 우리 건축의 현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활짝 핀 건축 문화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젊은 그들에게 주목한다. /민서홍 건축가

    [민서홍 건축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