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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사설] 61년 만에 野 입 막은 우원식 의장, “민주” 운운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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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중 의제와 벗어난 토론을 한다며 마이크를 끄자 나경원 의원이 항의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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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도중 마이크 전원을 꺼버렸다. 무제한 토론은 소수 야당의 마지막 반대 수단이다. 국회의장은 이를 보호할 책무가 있다. 그런 국회의장이 거꾸로 소수당의 입을 막은 것이다. 국회의장이 무제한 토론을 방해한 것은 1964년 공화당 출신 이효상 의장이 당시 김대중 의원의 발언을 저지한 이후 61년 만이라고 한다.

    나 의원은 발언대에 오를 때 우 의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우 의장이 이에 기분이 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발언권 자체를 봉쇄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 의장은 “의제와 상관없는 내용”이라며 13분 만에 마이크를 껐다. 민주당이 그동안 무제한 토론 시 의제와 무관한 발언을 한 사례는 헤아리기도 어렵다. 추미애 의원은 작년 7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다가 TV 광고 음악을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무제한 토론은 어차피 24시간을 넘기지 못하는데 그걸 참지 않고 야당 의원의 입을 틀어 막았다.

    국회의장은 중립 의무가 있다. 그래서 탈당해 무소속이 된다. 하지만 우 의장은 형식적으로 탈당했을 뿐 노골적으로 ‘민주당 의장’으로 행동해왔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정 때도 오랜 관행을 깨고 법사위를 여당인 민주당에 넘기기도 했다.

    나 의원이 토론하던 시간에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2시간 30분간 만찬을 했다. 국회 본회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것도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와중에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국회 밖으로 불러낸 것도 드문 일이다. 아무리 소수라도 제1 야당은 집권당과 함께 국회를 이루는 양대 축이다. 말로는 협치하자고 하면서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그러니 여당 대표는 야당 해산을 입버릇처럼 주장하고 국회의장은 야당의 입을 마음대로 틀어막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우 의장은 최근 국회 예산으로 12·3 계엄 당시 자신이 담을 넘은 자리에 표지석을 세우려고 했다. 자신이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는 행태는 61년전 독재 때와 같다. “민주” 운운하기에 부끄럽지 않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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