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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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기업 경영자들과 함께 반도체 전략 보고회를 열고 반도체 세계 2강 도약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분야의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대만에 뒤진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47년까지 700조원 이상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생산 공장(팹) 10기를 추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발표엔 정작 중요한 핵심 해법들이 빠져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력 문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제대로 가동되려면 15GW(기가와트)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최신형 원자력 발전소 10기 이상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재 수도권 전력 상황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원전 신규 건설과 대규모 송전망 확충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풀어나가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는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는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하겠다”는 선언적 문구만 있을 뿐, 원전 확대나 송전망 구축 같은 실질적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들어 있던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조차 다시 국민 공론에 붙이겠다고 하는 정부다. 가장 중요한 전력 계획이 이 지경이니 반도체 전략을 발표해도 공염불로 들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가 한목소리로 요구해온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만 TSMC는 24시간 3교대 연구 방식으로, 중국은 9시부터 21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이른바 ‘996 근무제’로 연구에 매진하는데, 우리는 경직적 52시간 규제에 묶여 오후 6시면 강제로 퇴근해야 한다. 말이 되나.
정부는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2030년까지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했는데, 신규 인재 양성에 앞서 당장 현장 인재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전력 인프라 확충과 52시간제 완화 없이는 700조원 반도체 전략은 한번 하고 잊히는 흔한 ‘정책 발표 쇼’일 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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