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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조선일보 '민학수의 All That Golf'

[민학수의 All That Golf]아빠 되는 건 놀라운 일... 짐 퓨릭처럼 꾸준한 활약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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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다이어리> 강성훈 편… 미국 생활과 AT&T 바이런 넬슨 우승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전 세계 골퍼들이 뛰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살아가는 골퍼들이 겪는 애환을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들어본다. PGA 투어가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본지에 제공하는 ‘PGA 투어 다이어리’를 연재한다.

지난달 PGA 투어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강성훈입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인 PGA 투어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저와 같이 꿈을 꿔오신 아버지가 잘했다며 가장 기뻐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우승한 대회는 AT&T 바이런 넬슨이라는 대회였습니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여서 마음도 몸도 편하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장모님이 그 주에 오셔서 밥을 해주신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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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훈은 첫 우승 전날 평소 존경하는 최경주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게티이미지-스튜어트 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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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전날 자꾸 잡생각이 들어서 최경주 프로님께 전화를 드렸죠.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멘탈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냐’고 여쭤봤더니 ‘이번 주 잘 친 것 절반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절반만 하면 된다고 하니까 쉽잖아요. 그리고 또 고맙게도 대니 리 선수가 마지막 날 응원도 해주고 샴페인도 터뜨려주었어요.

전 투어 생활하면서 최경주 프로님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최경주 프로님이 지금 제 나이(32)에 PGA 투어 첫 우승을 하셨거든요. 전에 잘 안 될 때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난 최경주 프로님보다 더 어릴 때 PGA 투어에 왔고, 나중에 프로님처럼 충분히 승수를 쌓을 수 있다고. 프로님의 커리어 자체가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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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휴식 기간에 강성훈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 건이를 데리고 고향 제주를 처음 찾았다.옆은 아내 양소영씨. 태어난 지 3개월 된 건이가 눈을 감을 때 찍혔다./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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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빠가 되고 나니 제 인생이 정말 확 달라지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애가 잘 자고 있나 보는 거예요. 아빠가 된다는 건 정말 놀랍고 신기한 일인 것 같아요. 아기와 같이 투어를 다니니까 짐이 정말 엄청 많아졌어요. 고생하는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아들 이름이 건이인데, 건이가 저를 보고 웃어줄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이제 8개월 됐으니 저 우승한 건 당연히 모르고 나중에 그냥 반짝이는 트로피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스윙하고 연습하면 좋아하면서 빤히 쳐다보고 있어요.

이제 아들이 생겨 제 편이 하나 더 늘어서 더 힘이 나요. 뭘 하더라도 아이 생각해서 한 번 더 열심히 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들이 저를 정말 많이 웃게 만들어요. 가족은 정말 존재 자체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저 자신을 롤러코스터로 표현한다면 밑으로 깊이 내려왔다가 막 올라오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PGA 투어를 처음 들어왔다가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3년을 보내고, 그리고 올라와서 다시 4년, 이제 막 우승을 했으니까요.

제가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열심히 비거리를 늘리고, 몸을 강하게 만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2006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뛸 때 세게 치면 드라이버로280야드를 보낼 수 있었어요. 지금은 330야드까지 보낼 수 있죠. 전에는 몸을 사용할 줄 몰라서 팔로만 쳤어요. 지금은 몸통 회전을 이용해서 스윙하니까 몸에 있던 스피드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공을 어떤 탄도로 치느냐도 중요해요. 저는 드라이버의 경우 공을 5~6도 올려치는 상향 타격을 하고 공의 발사 각도가 14.5도가 되도록 해요. 이 각도로 공을 정확하게 스위트 스폿에 맞히면 스핀양은 2100rpm 정도를 유지하게 되고요. 이렇게 치면 공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멀리멀리 날아가게 돼요.

저는 요즘 시즌 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씩 한 시간가량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월요일에는 역기를 드는 웨이트 리프트 등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하는데 다음날 아파서 다른 운동을 못할 정도예요.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하는 운동은 월요일에 비해 무게를 70% 정도로 가볍게 하고요. 몸이 단단해져서인지 체격(173cm, 77㎏)에 비해 더 커 보인다고 해요.

전 이제 저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하는 걸 추구해서 특별히 롤 모델로 삼는 선수는 없어요. 굳이 꼽는다면 짐 퓨릭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화려하지 않지만 커리어 내내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있고, 독특한 스윙으로 자기만의 플레이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49세의 나이로 지금도 우승권에 있는 선수죠. 저도 그런 모습으로 투어에서 뛰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릴게요.

/정리=민학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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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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