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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뭣이여, 저기서 뛴다고?"… 하이다이빙 감탄사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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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첫날부터 관중 몰려… 도로변서 관람할 정도로 인기

광주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 여자 예선이 열린 22일 오전 조선대 하이다이빙경기장. 첫 주자 셀리아 페르난데스 로페스(31·스페인)가 플랫폼 타워 위에 섰다. 그는 양팔을 번쩍 들고 몸을 서서히 앞으로 기울이더니 이내 두 바퀴를 돌며 20m 아래 원형 풀로 뛰어내렸다. 한국 첫 공식 경기 하이다이빙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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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아스라이 높은 곳에서 몸을 던지자 관중석이 일제히 침묵했다. 푸른 하늘로 솟구쳤던 '인간새'는 이내 파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장관에 절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디에고 리조 리베로(멕시코)가 22일 광주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 남자 예선(조선대 하이다이빙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치는 모습. 하이다이빙은 27m 높이(여자 20m)에서 뛰어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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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여, 저기서 뛰어내린다고?" 지상으로부터 6m 지점에 설치된 27m짜리 타워. 도합 33m 높이의 하이다이빙 타워는 수백m 밖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 전 근처를 지나가다 발걸음을 잠시 멈춘 이들은 '선수들이 저기서 다이빙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신기함을 넘어 당혹스러움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이날 광주 동구 기온은 30도를 웃돌고 습도는 80%에 육박했다. 심지어 관중석엔 지붕이나 천막조차 없어 햇볕을 그대로 받아야 했다. 한증막 같은 더위 속에서도 한국 첫 하이다이빙 경기에 호기심을 느낀 이들이 관중석 대부분을 메웠다.

표를 미처 구하지 못한 이들은 근처 도로변 잔디 위에 일렬로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 밖 나무 그늘에서 경기를 관람한 고은자(60)씨는 "어제 지나가다가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봤는데 꽤 재밌더라"며 "본경기는 어떨지 궁금해 잠시 들러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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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관람객 조마조마 - 광주 시민들이 22일 세계수영선수권 하이다이빙 경기(조선대 하이다이빙경기장)를 숨죽이며 지켜보는 장면. 행여 사고가 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바라는 관람객도 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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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떤 경기보다 긴장감이 팽팽했다. 1분간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선수들이 차례차례 타워로 올라갔다. 선수들이 다이빙하는 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이 관람 매너란 사실을 처음부터 알던 이들은 별로 없었지만,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숨죽이고 선수들을 지켜봤다.

이윽고 선수가 빙그르르 돌며 입수하는 소리가 적막을 깼고, 숨소리도 죽이며 선수만 주시하던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괜찮나' 싶어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다가 선수가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자 비로소 손뼉을 치며 좋아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계속된 다이빙을 지켜본 관중은 곧 불안감을 떨치고 관람을 즐기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일견 여유 있어 보였다. 대기 음악으로 깔린 메탈리카나 건스 앤 로지스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고, 타워 아래 바닥으로 수건이나 슬리퍼를 무심하게 휙 던졌다. 그러나 긴장을 완전히 숨길 순 없었다. 건물 10층 높이에서 수영복 한 장 걸치고 몸을 비틀고 뒤집으며 뛰어내려야 하는 선수들은 요란하게 몸을 꼬거나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럼에도 실수 때문에 감점당하는 일이 흔했다. 위험한 종목인 만큼 선수들은 경쟁자이면서 동료이기도 하다. 선수들은 다른 선수가 입수하면 박수를 보내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여자 예선에선 지난 대회 준우승자인 아드리아나 히메네스(33·멕시코)가 1·2차 시기 148.20점으로 1위에 올랐다. 2차 시기에서 두 바퀴를 도는 연기를 펼치며 고득점을 받아 순위를 뒤집었다. 남자 예선에선 '디펜딩 챔피언' 스티브 로 뷰(34·미국)가 218.40점으로 첫날 1위를 차지했다. 로 뷰는 이날 자신의 장기인 다섯 바퀴 회전을 선보여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하이다이빙은 총 4차 시기를 치르며, 여자는 23일, 남자는 24일 3·4차 시기가 열린다.

2013년 수영선수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하이다이빙은 대회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태풍 다나스(DANAS) 때문에 경기 일정을 미뤄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태풍이 일찍 소멸하며 예정대로 경기가 치러졌다. 수천 명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다만 무더운 날씨에 대한 대응책이 다소 미흡했다. 오후 남자 예선에는 27m 높이에 도전하는 광경을 보러 수천 명이 몰렸지만, 많은 이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경기장을 일찍 떠났다. 이날 경기를 줄곧 관람한 정창조(28)씨는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신기하다.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경기를 광주에서 직접 볼 수 있어 좋다"면서도 "워낙 덥다 보니 관계자석처럼 햇볕을 가려줄 지붕이 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광주=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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