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 사진=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선=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나들이'는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기대를 안고 '고국 나들이'에 나서지만, 더욱 치열한 '전쟁터'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LPGA 투어는 한국 낭자군단의 전성시대다. 올해 24개 대회 가운데 절반인 12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도 톱10 중 4명, 톱22 중 10명이 한국 선수다. 최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환영만찬에 참석한 박세리에게 "왜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 보다 잘하지 못하는가?"라고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LPGA 투어를 정복한 한국 낭자군단에게도 만만치 않은 무대가 있다. 바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다. 몇몇 선수들이 간혹 KLPGA 투어 대회에도 출전하고 있지만, 현재 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국내파의 저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5일 막을 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원도의 딸' 김효주는 정선 하이원 컨트리클럽(파72/649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를 기록,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효주는 1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에 그치며 공동 94위에 머물렀다. 2라운드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미 상위권과의 차이는 너무나 벌어져 있었다. 우승을 차지한 임희정과의 차이는 11타나 됐다.
김효주만이 아니다. KLPGA 하반기 첫 대회인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에는 '골프여제'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동반 출전했지만 각각 공동 8위,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KLPGA 상반기 대회에 출전했던 이정은6, 유소연, 이미림 등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김효주가 NH투자증권 레이디스에서 3위, 이정은6이 KLPGA 챔피언십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이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LPGA 투어의 한국 낭자군단이 왜 KLPGA 투어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까?
가장 큰 원인은 이미 KLPGA 투어 선수들의 실력과 선수층이 이미 LPGA 투어 못지 않다는 점이다. KLPGA 투어에서 정점을 찍은 선수가 LPGA 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것은 어느새 '공식'이 됐지만,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거나 수준급 신인의 가세로 KLPGA 투어는 꾸준히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최혜진은 국내 대회를 중심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세계랭킹 27위에 올라있다. 이다연(43위), 조정민(48위) 역시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만약 이들이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면 더 높은 랭킹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조아연, 이승연, 박현경, 유해란, 임희정 등 잠재력 넘치는 신인들이 KLPGA 투어에 대거 가세했다. 이미 KLPGA 투어는 LPGA 투어 최정상의 선수들이라도 만만히 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LPGA 투어 최상위권 선수들의 기량이 KLPGA 선수들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PGA 투어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차적응이다. LPGA 투어 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출전할 때는 짧은 시간동안 10시간 가까운 시차에 적응해야 한다. '고국 나들이'를 온 많은 선수들이 대회 첫날인 1라운드보다 그 이후의 라운드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기도 하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에 출전했던 고진영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플레이하는 것 같다. 마치 새벽 3, 4시의 컨디션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세한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골프에서는 치명적인 부분이다.
다만 오는 10월24일부터 27일까지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리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그동안의 실망스러웠던 나들이와는 다른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에는 KLPGA가 로컬 파트너 투어로 참가하면서, KLPGA 투어 소속 30명의 선수가 참가해 LPGA 투어 최정상의 선수들과 초대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전 대회인 뷰익 LPGA 상하이가 중국에서 열리는 만큼, LPGA 투어 선수들도 시차 적응에도 큰 무리가 없다.
LPGA 투어 선수들이 '고국 나들이'에서 후배들의 '매운 맛'에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